죽어 천국에 가다 1
수사반장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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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체만 봐서는 귀엽고 가벼운 만화같은데, 인생, 과거, 죽음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생각보다 어둡고 무거우며 철학적이기까지 했던 작품이다. 만화이기에 술술 읽히지만, 매 컷마다 다가오는 충격이 있고 생각거리의 양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업보, 선, 환 등 경제적인 관점에서 죽은 자들의 세상을 표현했는데 마치 이승에서의 삶이 죽은 뒤에도 연결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사기꾼은 계속해서 사기를 치며 돈을 좋아하는 사람을 계속 돈을 찾고 그로 인해 다른 망자를 건드리기도 한다. 주인공은 의도치 않게 이승에서 남에게 해를 끼친다. 이 때문에 의욕을 모두 잃고 죽어 망자로서 자유로워진 뒤에도 잘 살아갈 의욕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망자 신분으로 여행하다 사기꾼에게서 사기를 당하던 중 도를 넘은 선을 보여줌으로써 사기꾼도 사기 기질을 내려놓게 만들고, 자신의 선함을 인정받는다. 그 사기꾼은 절대악인가? 이승에서 죄 지었다고 생각하고 살던 주인공 또한 절대 악인가? 누군가에겐 악이었지만 다양한 환경과 윗사람의 의도에 의해 선을 빼앗긴 삶을 살지만, 결국 인간은 본질이 중요하며 품 속 깊이 내재된 선이 망자일 때 뿜어져 나오며 독자들은 비로소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간 표면의 입체성과 본질의 견고함을 깨닫게 된다.

 

신은 절대선이 아니라는 말도 있듯이 천국이라고 완벽한 천국은 아니다. 인간 군상은 그대로 천국으로 올라가며 본질에 따라 누군가는 악영향을 미칠 수도, 누군가는 어떤 환경에서든 선을 실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본질은 무엇인지, 다음 세상이 있다면 그 때의 나의 모습은 어떨지 상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더불어 살아온 삶에 대한 후회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후회할 일을 더더욱 만들고 싶지 않아졌다. 생각없이 뱉은 말로 상처를 주거나, 도전할 때 도전하지 못하고 회피해야 할 때 회피하지 못해 인생이 힘들어지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언제나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화이기에 가볍게 시작했지만 만회이기에 인물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 속에 더 강하게 박힌다.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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