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 그리고 사물.세계.사람
조경란 지음, 노준구 그림 / 톨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백화점을 좋아한다.
우울할 때 특히 혼자 백화점에 들어가 구경하다보면 우울함 마저도 사라진다.
기리고 무언가 내 맘에 드는 것을 발견하고 싸인을 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 다음달의 카드값은 그 다음달에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기뻐하며 나온다.
그렇게 살아온 삶 속에 백화점은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한달한달 카드값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삶은 어느 순간  뗄 수 없는 삶의 한면을 담당하고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단지 바뀐거라곤 나이대 별로 머무는 층이 바뀌어 간다는 것이다.
20대엔 옷과 화장품 그리고 구두 특히 구두에 미쳐 있었던 나는 맘에 드는 구두를 발견하는 순간 한던에 두켤레가 되더라도 사버리고 마는 구두 마니아 였다.
그리고 화장품..그 시절 화장품은 내가 무슨 메이커를 쓰느냐에 따라 나의 레벨이 결정되는 것처럼 가장 좋은 것을 써야만 자존심이 살았다.
30대가 되고 나니 옷과 화장품 그리고 신발 모든것도 중요하지만 명품이라는 것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맨처음 명품이라는 것을 가져 본 것이 지갑이었다.
월급의 절반정도의 가격을 가진 뤼비통 지갑....평생을 써 보겠다는 야무진 마음을 갖고 사서 거의1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했던 나의 지갑은 작년 전철안에서 소매치기를 당해 지금 내겐 없다.
너무 아깝고 써 온 세월이 워낙 길어서 손때가 가득 묻은 나의 지갑을 잃어버린 후 난 지갑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두번째 가지게 된 것은 시계다.
보석으로 유명한 브렌드의 은색프레임의 검정 가죽끈으로 만들어진 시계....이 시계 또한 10년이 넘은 시간을 함께 했다.
한 번씩 고장이나거나 시계줄이 낡아서 바꿀때마다 돈이 많이 들긴 해도 디자인 만큼은 지금까지 써도 세련되고 예쁘다.
이렇게 하나씩하나씩 모으게 된 명품으로 인해 명품의 의미를 조금은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화장품은 조금은 실리 위주의 것을 쓰게  되었다.
비싼것 보다는 나와 맞은 제품을 조금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통로를 찾기 시작했다.
백화점에서 사는 돈이 조금씩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시기였다.
어차피 평생 사용할 생필품의 개념으로 바뀌기 시작했으니까...
옷 또한 나이가 조금 드니 가장 좋은 옷을 입기 위해 무리해서 사기도 하고 그것으로 인해 힘들게 삶을 살기도 하니 조금씩 무리한 쇼핑을 줄이게 되었다.
40대가 된 지금은 그리고 혼자가 아닌 가정을 갖고 살아가게 된 지금은 옷과 화장품 신발은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바꿔서 백화점에서 사 본지 너무 오래 되었다. 백화점은 그저 아이쇼핑을 하는 공간이나 생활용품을 사는 공간으로 바뀌어 버렸다.
어제도 백화점에 가서 산 물건은 접시와 선물 뿐 나를 위한 물건을 사러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졌다.
나이가 들수록 변해가는 쇼핑스타일이 나는 마음에 든다.
어차피 백화점이라는 곳에서 판매 되는 내가 갖고 싶어하는 모든 물건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조금의 욕심을 버리고 타협이라는 것을 하고 살다보니 예전에 물건에 대한 욕심으로 인해 겪어야만 했던 속상함은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물건에 치여 사는 삶보다는 적은 물건으로 소박하게 사는 삶이 좋다라는 것을 알기에 그저 백화점에 가더라도 구경하고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사고 어떤 물건을 바라보는지 그것을 보는 것이 오히려 재미있다.
그리고 살림살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여 옷을 보거나 사치품을 보는 시간보다는 그릇이나 이불등을 보는게 훨씬 재미가 있다.
이것 또한 처음하는 살림이 시간이 흐르면 조금은 나아지리라고 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욕망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이 갖고 있는 욕망을 가득 채워 놓은 곳이 백화점이 아닐까 싶다.
사람이 갖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그곳 백화점 그렇게 만든 사람 또한 더 많은 물건을 팔기 위해 인간이 물건을 보면 사지 않으면 못견디게 만들어 놓은 곳.....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백화점의 유래나 다른 나라의 백화점등의 글을 읽으면서 백화점이 진화해 가는 모습들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작가의 백화점에 대한 짧은 에피소드는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여자들이 백화점에 가서 쇼핑을 할 때면 기쁠때도 있지만 슬플때도 많다는 사실이 많이 공감되었다.
오늘은 백화점에 가지 않았지만 조만간 나는 백화점에 갈 것이다.
무엇을 사러가기 보다는 그냥 보는것이 즐거워서...쾌적한 공간에서의 친절한 서비스가 고파서 백화점에 갈 것이다.
늘 그렇게 살아 왔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