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 최영미 산문집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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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기 쓰는 것을 좋아한다.
예쁜 일기장을 일부러 사서 마음이 무거울때면 그 일기장에 모든 것을 토해내고 마음을 추스리는 것을 즐겨 한다.
그렇게 지낸 시간이 쌓이다 보니 어느 해인가 한꺼번에 모든 일기장을 없 앤 적이 있다.
가지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모두 잊어버리기 위해  어느날 문득 없애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렇게 없앤 이야기들이 가끔은 그립다....
그리고 2005년부터 지금까지 일기를 쓴다.
마음이 버거운 날엔 특히 한장이고 두장이고 마구 써내려간다.
그렇게 마음을 써내려 가다보면 마음이 추스려진다.
그런 맛에 일기를 쓰는게 아닐까..
일년을 다보낸 즈음 해서는 한해 동안 써 온 일기를 읽어 내려간다.
내 삶을 하루하루 보내는 동안 어떤 모습으로 쌓여 왔는지 그리고 후회하는 일은 없는지 돌아보고 돼새김질을 하여 본다.
그렇게 일기는 나에게 있어서 뗄레야 뗄 수 없는 나의 단면을 드러 내고 있다.
사실 가끔은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일기를 쓰는지 궁금하다.
내 주위에서 일기를 쓰는 사람을 보지 못했기에 다른 사람의 일기를 만나본 적이 없어서 나의 삶을 그저 끄적대는 내방법이 옳은지 잘 모르겠다.
일기란게 두서없이 써도 막말을 해도 괜찮은 거니까.....
누군가가 읽어주기만을 기다리며 쓰는 글이 아니니까....
그런 생각에 그저 나의 감정에 충실하여 글을 적어 놓는다.

 
예전에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시집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작가의 산문집이라고 해서 그리고 제목에서 오는 궁금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읽으면서 작가라는 사람도 사람이구나....
특별할 것 없이 삶을 꾸려나가는 구나...
내가 보았을때 화려할 것 같은 시인의 삶이나 한낱 아이들을 가르치며 하루를 조금은 심심하게 보내는 나의 삶이나 다를 게 없구나...
나와는 10년의 세월의 차이가 나는 작가의 글들이 많이 와 닿았다.
서른 즈음과 마흔의 차이를 조금만 더 지내고 나면 만나게 될 나의 나이지만 그 차이에서 오는 나의 삶의 변화를 미리 만나보았다고 해야 할까..
아무것도 이룬 것없이 아직 경제적 독립도 결혼도 아이도 없는 여자의 삶이 얼마나 힘든단 걸 나 또한 얼마전에 느꼈던 것이기에 공감이 이백배는 되었다.
여자로 혼자 산다는 것이 이 나라에선 정말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던 나는 책으로 다시 한번 실감하여 본다.
그리고 젊은날 이상이 다른 사람으로서 겪었던 일들을 사실 난 잘 모른다. 그일로 인해 사회에 걸림돌이 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맞이 했던 서른이 너무도 안타깝다는 것밖엔....
그녀의 생활 속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사람들의 삶이란게 별다른게 없구나...
가족과 더불어 살아가는 그녀 또한 이모이고 딸이고 여자인 것이다. 자신의 삶의 터전을 바꾸고 오로지 자신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불필요한 것들을 잘라내고 고요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한가한 삶이 나쁘지만은 않구나....싶다.

 
별거 없는 나의 일기장이 이제는 나에게도 소중한 친구며 연인인것 처럼 작가 또한 일기장은 자신의 인생 동반자와도 같이 생각을 한다.
죽는날까지 매일을 기록할 수는 없지만 글이라는게 나의 마음을 적는 것이기에 시간날때마다 생각날때마다 적다 보면 그것이 내 삶의 시간을 쌓아가는 것이 아닐까....

 "서른을 무사히 통과해 이제 나는 서른아홉. 머리엔 벌써 희끗희끗 흰머리도 제법 심어졌다. 더이상 주책맞게 방황하지 말고, 더이상 내게 없는 것을 애타게 찾지 않고, 멋있게 포기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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