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박경리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마음이 애잔하게 슬펐었다. 토지라는 소설을 통해 알게 되었고 김약국의 딸들을 재밌게 읽었던 내가 솔직하게 박경리란 소설가를 잘 알지 못하지만 글이 맛깔스럽고 깊이 있음에 읽으면서도 그 시대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돌아가시기 바로 직전엔 쓰신 글들이어서 그런지 읽으면서  마음이 텅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39편의 시를 통해 작가의 삶을 엿보게 되었다.

 

결코 녹록지 않은 삶을 사셨기에 글안에 베어나는 삶의 무게가

지금 내가 사는 무게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지신이 태어나는 것부터 시작하여 자신이 자라온 환경을 시로 적어 내셔어 읽으면서도 박경리 선생님의 태어나면서 죽음을 맞이하기 전가지의 삶을 보는 듯 하였다.

한국의 역사속의 시간들을 지내면서 느낀 당신의 어머니의 삶과

편안하지 않았던 전쟁의 시간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머니의 사소한 모습들까지 기억하여 잔잔히 회상하는 시간들을 그려냈다.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더 어려운 사람에게 베풀 줄 알며 늘 정직하시고 검소하셨던 어머니를 그리며 예날의 시간속을 여행하셨다.

자신의 삶을 회상하며 쓰신 글들이 아직 불혹의 나이를 갖지 않은

나에게 조차 삶을 뒤돌아보게 만든다.

과연 내어머니의 삶 또한 녹록지 않았음을 생각하며....

내가 삶을 80이라는 나이까지 살게 되면 모든것을 버릴 수 있을만큼의 삶을 만들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에 실린 사진들의 보면서 욕심을 버리고 자연과 하나 되는 모습안에서 편안한 박경리 선생님의 얼굴을 보았다.

읽으면서 가장 가슴에 와 닿는 시 한편을 적어본다.

하늘에서 편안한 휴식을 누리시길 바라며....

 



 

육신의 아픈 기억은

쉽게 지워진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는

덧나기 일쑤이다

떠났다가도 돌아와서

깊은 밤 나를 쳐다보곤 한다

나를 쳐다볼 분만 아니라

때론 슬프게 흐느끼고

때론 분노로 떨게 하고

절망을 안겨 주기도 한다

육신의 아픔은 감각이지만

마음의 상처는

삶의 본질과 닿아 있기 때문일까

그것을 한이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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