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 2차 세계대전 당시, 인간성과 용기를 최후까지 지켜 낸 201인의 이야기
피에로 말베치.조반니 피렐리 엮음, 임희연 옮김 / 올드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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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에 대해서라면 교양시간에 잠깐 스치듯 배웠던 지식이 전부였다. 게다가 이탈리아에 대해서는 거의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그당시 이탈리아의 상황에 대한 지식은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될 정도로 알고 있는 지식이 부족했다. 그렇지만 세계 2차 대전 당시 조국을 위해 활동을 하다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들의 편지가 담긴 책이라는 이야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다행이었던 것은 편지를 읽기 전 짤막하게나마 당시의 이탈리아의 상황과 사형수들의 이야기를 설명해주는 머리말이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그들의 편지를 읽기 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고 당시 상황을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책의 두께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두꺼웠는데 그만큼 사형집행 전 사랑하는 이들에게 편지를 쓴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니 마음이 아파왔다.

또 한 가지 놀랐던 사실은 사형 선고를 받은 이들의 나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렸다는 것이다. 한창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어울릴 나이의 학생들이 죽기 직전 가족들에게 남긴 편지를 보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누군가의 자식이자 친구, 연인, 가장, 부모인 사람들의 편지는 현실적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마치 소설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고 편지를 쓰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의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 없었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자신의 마지막 이야기를 써내려간 사람들의 심정과 사랑하는 이의 유서와도 같은 편지를 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 누가 알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우리의 아픈 역사에 대해 떠오르기도 했다. 해방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친 사람들의 마음은 아마 비슷하지 않았을까.

이탈리아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이지만 앞으로 더 알아가고 싶어졌다.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한 나라의 역사를 이해하고 배우다 보면 문화는 달라도 자신의 나라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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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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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책을 읽으며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봤어도 오롯이 아버지를 중심에 둔 소설은 읽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소설속에서 아버지라는 존재는 잠깐 등장했다가 스르르 사라지는 그런 희미한 듯한 존재로 그려지거나 폭력을 휘두르고 가정의 평화를 위협하는 것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사람들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아빠와 매우 친밀한 사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데 그래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신경숙 작가님의 '아버지에게 갔었어'가 유독 나의 이목을 끌었던 것 같다.

나이 든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 딸 헌이가 그동안 무심했던 아버지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되는 과정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먹먹했다. 소설속 아버지가 관통한 세월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우리의 역사였다. 격변하는 시기를 전부 겪으며 그 속에서 그저 살아내기 위해 견뎌온 삶이 슬펐다.

한없이 든든하기만 했던 아버지가 수면장애를 겪고 정신적 스트레스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이유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되면서 마주한 아버지의 지난 세월의 흔적을 바라보는 딸의 심정이 어땠을 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 당시를 살아낸 모든 아버지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 속에서 나는 할아버지의 삶을 엿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 할아버지의 삶은 어땠을까. 헌이의 아버지와 비슷한 삶이었을까.

예전부터 아빠와 자주 이야기를 나누며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곤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난 후 그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읽어본 신경숙 작가님의 작품은 '엄마를 부탁해'가 전부였고 그 마저도 교과서에 수록된 일부였다. 그 당시 인상깊게 읽었는데 왜 그동안 작품을 찾아 읽지 않았는지 후회가 된다. 이번 작품도 인상적이었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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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탐정 유동인 - 더 비기닝 서점 탐정 유동인
김재희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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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다 지쳐 잠시 눈을 돌려 선택한 김재희 작가님의 '서점 탐정 유동인'. 조금만 읽다가 자야겠다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결국 밤을 새서 전부 읽어버렸다. 범죄를 수사하는 추리소설이지만 다른 소설들과는 다르게 무겁지만은 않았고 형사 아람과 서점 MD 동인의 캐미 덕분에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처음에는 서점 MD와 형사의 조합이 약간 낯설게 느껴졌는데 주로 형사나 탐정이 나와 사건을 추리하는 추리소설이 익숙했기 때문이다. 색다른 캐릭터가 등장하고 책덕후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서점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 만으로도 이미 나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푹 빠져 버렸다.

기대했던 것처럼 유동인이라는 인물은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서점에서 일하며 추리소설 작가를 꿈꾸는 작가 지망생이어서 그런지 날카롭게 추리를 해내며 대학동기이자 형사인 아람을 돕는 모습은 인물의 매력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아람 또한 상당히 멋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솔직한 매력과 박력있는 모습 때문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모습과 범인을 검거하는 데 있어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두 사람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해결하는 장면들도 재미있게 봤지만 함께 붙어 다니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런 아람과 동인의 유쾌한 모습 덕분에 심각해 보일 수 있는 분위기가 마냥 어둡지만은 않게 그려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추리와 약간의 로맨스가 첨가된 재미난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 후속편이 나오기를 바랄 만큼 나와 이후의 이야기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스트레스 풀기에 딱 좋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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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하우스 - 드론 택배 제국의 비밀 스토리콜렉터 92
롭 하트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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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이 모든 것을 배달해주는 세상이 도래한다면 어떨까? 밖에 나갈 필요 없이 손가락으로 버튼만 누르면 모든 게 해결되는 세상이라면?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면 이는 결코 허무맹랑한 가설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멀지 않은 미래를 보여주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롭 하트의 '웨어하우스'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클라우드'라는 기업에 대한 이야기이다.

거의 모든 것을 독점하고 있는 클라우드로 인해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을 망하게 한 클라우드에 취직하기 위해 노력한다. 모두가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곳, 필요한 모든 게 제공되는 그런 '꿈의 직장'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함이다.

팩스턴과 지니아는 클라우드에 들어온 신입사원들이다. 들어가기만 한다면 모든 게 잘 될 것만 같았지만, 막상 그곳에서의 삶은 완벽하지 않다.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하고 혹독한 근무 환경과 평가제도가 존재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온 몸이 부서져라 일해야 하는 곳이 바로 클라우드라는 회사의 실체였던 것이다.

클라우드라는 울타리 안에서의 삶은 잘만 하면 그렇게 나쁘지 않은 곳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팩스턴이 만족감과 회의감 사이에서 불편한 마음을 느끼고 있는 것은 울타리 속 세상이 광고되는 것만큼 유토피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곳은 자유라고는 하나도 없는 감옥이 될 수도 있는 곳이었다. 게다가 다수를 위해 소수를 기꺼이 희생할 수 있다는 가치관을 가진 곳이 바로 그 기업의 실체였다.

실제로 나는 팩스턴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만약 내가 클라우드에 들어가게 된다면 나는 그 실체를 마주하고 올바른 사고를 하기 위해 노력했을지도 모르지만 모든 게 보장되는 곳에서의 안락함과 안정감을 쉽게 버리지는 못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잘만 하면 미래에 대한 불안 없이 남은 일생을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떨치기 힘든 유혹이 될 것 같았다.

실제로 일어날 지도 모르는 상황을 소설로 마주 했을 때 약간의 서늘함을 느꼈다. 왜 장르가 스릴러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좀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해야 할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줬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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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에서도
이현석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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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와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소설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망설이게 된다. 그런 류의 소설을 읽기 위해서는 사회에 대한 나의 무지와 무관심을 대면해야 하고, 그 속에 담긴 슬픔을 바라보는 것에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현석 작가님의 ‘다른 세계에서도’는 내가 무서워하는 이야기들로만 이루어진 소설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소설집에는 도덕적 딜레마가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사회 이슈들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건들이 수록되어 있고 그 주제 또한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눈을 감고 귀를 막은채로 같은 자리에 머무르고 싶지는 않았기에 일종의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결국 나는 이 이야기들을 읽어 가기 시작했다.

당연하지 않은 일들이 당연하다는 듯 일어나는 사회의 모습을 바라보며 화가 나기도 슬프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무기력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우리 사회에 단단하게 고착화 되어 있다는 사실이 나를, 그리고 우리를 힘빠지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들, 섣불리 판단 내릴 수 없는 문제들을 다루는 단편들을 보며 나는 자연스레 혐오가 난무한 현재를 떠올렸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불가능한 문제들 사이에서 서로를 비난하고 공격하기도, 때로는 쟁점과 관련 없는 말들로 서로를 비방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그런 지금을.

종국에는 이렇게 흘러가고 마는 소통 과정을 바라보고 있자면, 길을 잃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마음이 불편하고 불쾌해진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감정들이 결국 ‘이런 상황에 휘말리고 싶지가 않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 같았다.

‘다른 세계에서도’를 완독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단편 하나를 끝내고 다음 단편으로 넘어가려면 소모된 감정을 채우는 과정이 필요했다. 너무 오바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랬다.

안타까운 일들이 단순히 ‘안타까운’ 일로 그치는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 올바른 가치관을 지탱해 줄 단단한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다시 이런 류의 소설을 만나게 되면 나는 또다시 겁부터 나겠지만 결국에는 그 소설을 집어들고 마음을 쏟아낼 수 있을 것 같다. 계속 마주하고 감정을 소모하고 슬픔을 느끼면서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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