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한 두 부부 겅산우와 무란, 쉬루화와 라오쾅은 서로를 은밀하게 훔쳐보고 감시합니다. 집밖에는 무거운 닥나무 꽃송이들이 비를 맞고 떨어져 바닥을 가득 메워요. 꽃향기에 취한 사람들은 밤새 꿈을 꾸고, 집안에는 축축한 버섯이 피어올라요. 소설 속에는 사이가 좋지 않은 가족 관계,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이웃들, 금붕어가 죽어나가고 쥐와 거미가 기어다니는 음울한 동네가 그려집니다. 찬쉐의 소설을 좋아하시나요? 몽환적이고 섹시한 분위기가 나는 동시에 불쾌하고 더럽기도 해요.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고, 인물들은 각자 하고 싶은 말만 내뱉어 서로 대화도 되지 않고요. 그런데 이렇게 환상적이고 기이한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추한 욕망을 드러내는 게 찬쉐 작품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뚜렷한 서사보다는 감각으로 읽어내려가는 매혹적인 소설, 꼭 만나보세요!“누군가 뭔가를 잃어버리고는 떨어진 꽃들 사이로 찾으러 다녔던 것이 분명해. 내가 다 셀 수도 없는 발자국들을 발견했다고….” (p.20)“내가 꿈을 꾸다가 깨서 몸을 뒤척이다 보면 당신도 침대에서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어요. 아마 당신도 바로 그 순간 꿈에서 깼을 거예요. 그 꿈이 공교롭게도 내 꿈과 똑같았을지도 모르지요.” (p.48)‘황혼 무렵에는 항상 무수히 많은 작은 소리가 울려 무척이나 소란스럽고 불안했다. 이 모든 것의 뒤에 거대하고 저항할 수 없는 파멸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p.138)•열린책들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