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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원과의 산책 - 제인 구달, 다이앤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
사이 몽고메리 지음, 김홍옥 옮김 / 돌고래 / 2023년 3월
평점 :
“이 책은 제인 구달, 다이앤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가 각각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과 함께한 인생을 파헤친 독보적인 구성의 삼인 평전이다. (p.431,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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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하빌리스를 발견한 고인류학자 루이스 리키는 고인류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대형 유인원을 세심하게 관찰할 연구자로 대학 학위도 없는 세 여성을 채택합니다. 통제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남성 중심의 학문 세계에서는 이들의 연구 방법에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동물에 대한 통제를 그치는 데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이것은 타자의 방식으로 관계 맺기를 가능하게 하는 접근법이다. (p.20)” 그들은 숫자보다는 관계를 맺으며 관찰한 ‘이야기’로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전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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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사이 몽고메리는 동물 생태학자로서 위의 세 사람처럼 자연에 뛰어든 경험이 있습니다. 그는 루이스의 영장류 연구자로서 가장 유명한 제인 구달과 다이앤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의 이야기를 자세히, 때로는 약점이나 단점까지 적나라하게 그려냅니다. 세 연구자들이 유인원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야기, 각 연구자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시간이 지난 후 객관적인 시각에서 세 사람에 대한 평가를 전달하는 이 책의 서술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럼 세 사람을 간단하게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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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구달: 탄자니아 곰베에서 침팬지 연구. 침팬지에게 약과 먹이를 주는 연구 방법에 대해 많은 비난을 받았으나 여러 마리의 침팬지들과 어울려 지내며 유인원 현장 연구의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유명세를 얻은 이후로는 동물과 환경 보호 단체들로부터 앞장서서 발언할 것을 요구받기도. 침팬지 보호를 위해 공인으로 나서며 자신의 조용한 성격에 맞지 않는 활동들도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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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앤 포시: 매우 위험한 르완다에서 마운틴고릴라 연구. 마운틴고릴라 ‘디짓’은 그가 불우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며 평생 얻지 못한 진정한 가족이었다. 제인 구달에 가려진 2인자로서의 욕망과 실패한 여러 사랑 이야기들의 소유자. 마운틴고릴라를 보호하기 위해 폭력적인 방법까지 사용하여 비판받던 다이앤은 살해당한 채 발견되어 고릴라들의 곁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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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루테 갈디카스: 인도네시아 탄중푸팅에서 야생 오랑우탄 연구. 무리를 짓지 않고 홀로 살아가는 오랑우탄의 특성상 오랜 시간에 걸쳐 각 개체들을 힘들게 관찰했고, 지원금과 시간에 비해 출판물이 적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첫 남편과 이혼 후 인도네시아 다야크족 남성과 결혼하고 현지의 관습을 익혀 오랑우탄 연구와 보존에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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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리키가 전폭적으로 지원한 세 사람의 영장류학자들은 학위 없는 여성들이라는 점과 연구 대상과 오랜 시간에 걸쳐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특별한 관계를 맺는 관찰 방법으로 관심과 비난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그들은 흐린 경계선을 두고 인간과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영장류들을 구하기 위해 연구자이자 전사, 때로는 샤먼이 되기도 했지요. 저자는 30년 전에 이 책을 썼지만 개정판을 읽는 30년 후의 독자도 이들의 이야기에서 동물과 더불어 사는 방법과 인간이 끼치는 영향, 옳다고 믿는 신념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용기를 배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