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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찾아서
박산호 지음 / 더라인북스 / 2022년 8월
평점 :
현재 34살의 영문과 교수인 선우는 사고로 한쪽 다리를 절지만 큰 키에 잘생긴 외모를 가졌다. 독신인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아버지가 남긴 유산으로 단독주택에 가정부도 두고 있다. 그러나 선우는 사실 과거가 복잡한 남자다. 바람둥이 아버지로 인해 어머니는 자살했으며, 그는 아버지의 자랑이 되기 위해 살아왔다. 아버지는 사랑을 나누던 젊은 문하생 선아와 사고로 함께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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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선우가 15살이었던 해, 이웃집에 25살의 젊은 여자 아랑이 갓난아기 연우와 이사를 온다. 남편도 없이 홀로 아이를 돌보면서도 좋은 엄마가 되어주는 그를 보며 선우는 아랑을 점점 좋아하게 된다. 선우가 차에 치일 뻔한 연우를 구해주고 아랑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본 이후로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해진다. 어느 날, 아랑은 연우를 집에 남겨두고 홀연히 사라지고 이에 아랑의 쌍둥이 자매 아난은 그를 찾기 위해 미국에서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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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현재로 돌아와 미국에서의 사고로 기억도 잃고 다리도 절게 된 선우는 대학교에서 '아랑이 다시 돌아온 것만 같은' 대학생 지아를 만난다. 쌍커풀 없는 큰 눈과 까마귀 깃털같은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지아는 알고보니 아랑이 살던 집에 이사 온 이웃이었다. 선우는 재활치료를 위해 지아의 엄마 케이트가 운영하는 클리닉까지 다니게 된다. 학교에서, 이웃에서, 클리닉에서 자꾸 마주치는 두 사람은 점점 사랑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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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아이 연우를 버려두고 갑자기 사라진 자유로운 영혼의 아랑, 쌍둥이 자매 아랑을 찾기 위해 한국에 돌아온 의사 아난, 바람을 피워 아내를 자살하게 하고도 문하생 선아와 사랑을 나누는 아버지, 어린 시절 사랑했던 아랑을 잊지 못하고 악몽에 시달리는 선우, 아랑과 똑같은 외모로 선우와 사랑에 빠지는 지아...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과거에서의 접점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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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찾아서>는 여러 스릴러를 번역하면서 스릴러 작법을 익힌 번역가 박산호의 첫 장편소설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작은 묘사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아 나중에 다시 보니 모든 것이 결말의 단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초반, 선우가 지아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참 설렜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다 보니 달달한 로맨스가 점차 섬뜩한 스릴러로 변해가는데.. 이 소름끼치는 변화가 <너를 찾아서>의 가장 큰 매력이다. 다들 아랑을 찾는 이 여정에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