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 TV+에서 드라마로 방영되며 많은 호평을 받은 <파친코>의 원작이 인플루엔셜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파친코>는 한국계 미국인인 작가가 쓴 가족 대서사로, 일제강점기의 부산에 사는 부부로부터 시작해 그들의 딸이 일본에 건너가 펼쳐지는 4대에 걸친 가슴 아픈 역사다.⠀"너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아버지가 있데이." 어머니는 종종 이렇게 말했고 선자는 어머니와 자신을 아끼는 아버지의 사랑을 자랑스러워했다. (p.120)⠀가난한 집의 막내딸로 장애가 있는 훈이에게 시집온 양진은 유일하게 살아남은 자식인 선자를 애지중지 키운다. 선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와 하숙집을 꾸리며 생계를 유지한다. 선자는 일본에 가정을 둔 사업가 한수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지만 하숙집에 묵으며 결핵을 치료한 백 목사의 청혼으로 구원받는다. 이들 부부는 형의 집이 있는 일본 오사카로 건너가고,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재일교포로서 가정을 이루며 힘들게 살아간다.⠀"세상이 지옥으로 변하겠지만 넌 네 아이들을 보호해야 해. 그 집은 잿더미가 될 거야. 집이 없어져도 일본은 그의 고통에 대한 대가로 1센도 주지 않아.""동네 사람들이 전쟁이 곧 끝날 거라 캤십니더.""전쟁이 곧 끝날 테지만,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식으로는 아니야." (p.316)⠀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의 처절한 삶과 이들을 버티게 해주는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해 현대의 후손들인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을까? <파친코>를 통해 일제강점기의 팍팍한 삶,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자이니치들의 복잡하고 힘겨운 삶을 경험할 수 있다.⠀일제강점기라는 시대와 목사 가족의 기독교라는 신앙, 가부장적 사고가 인물들의 삶에 영향을 준다. 가족에게 한없이 다정한 인물마저도 힘든 삶으로 변질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그들의 운명에 마음이 아팠다. 그렇지만 가족을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할 준비가 된 주인공 일가의 모습에 뜨거운 사랑이 느껴진다.⠀<파친코>는 총 3부작, 두 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에서는 4대의 가족들 중 3대인 백노아, 백모자수까지 만나볼 수 있다. 선자의 두 아들이지만 너무나도 다른 두 형제의 이야기가 이어질 <파친코 2>가 너무나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