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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레이첼 카슨 외 지음, 스튜어트 케스텐바움 엮음, 민승남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평점 :
"갑자기 바람이 불면서 저마다 보금자리를 찾아다니는 민들레 홀씨들이 공중 가득 눈송이처럼 소용돌이쳤다. 날개 달린 단풍나무 씨앗 하나가 나무에서 떨어져 내가 읽던 책 위에 내려앉았다. 세상은 제 할일을 하고 있었다. 공중에서, 문자 그대로 생존과 부활이 이루어지고 있었다.(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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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전 세계가 고통을 겪던 시기에 만들어진 이 한 권의 책은 랠프 월도 에머슨의 에세이 <자연Nature>에서 시작되어, 팬데믹 속에서도 각자 제 할일을 하고 있는 자연의 모습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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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한 명의 작가들은 바다에서, 산에서, 숲과 연못에서,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움막 그리고 야생 정원에서, 야간 비행을 하는 새들에게서, 로키산에서 천년을 넘게 살아가는 소나무들에게서 자연의 느낀 자연의 경이로움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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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산의 노장들, 브리슬콘 소나무를 찾아서: 이 굽힐 줄 모르는 다발들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면 공기가 찢기며 쉭쉭 소리를 낸다. 오랜 세월 눈의 무게와 강풍을 견디면서 억센 잎과 탄력적인 가지를 지닌 나무로 진화한 것이다. 쓰러진 나무들이 이곳에선 수천 년을 간다.(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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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초가 부르는 더 깊은 곳으로, 프리다이빙!: 수중 세계는 귀가 먹먹할 정도로 고요하리라 믿는 사람들도 있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요린하다. 산호들이 펑펑, 비늘돔이 오도독오도독 소리를 낸다. 귓속 수압은 한결같은 모노톤으로 울린다. 그리고 사방이 움직임이다.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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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자연을 집 안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는 꽃이 피고 단풍이 지는 자연을 느끼고 싶어서 간절했던 마음을 위로하는 책이다. 책에 담긴 스물 한 곳의 자연과 스물 한 가지의 경이로움 속에서 누구나 밑줄 치는 문장과 귀퉁이를 접게 되는 페이지를 만날 수 있다. 누구나 자연의 웅장함에 겸허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