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중퇴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간신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니키는 우연히 여성들의 글쓰기 수업 강사 자리를 맡는다. 알고보니 학생들은 인도에서 영국으로 넘어왔지만 영어를 읽고 쓸 줄 모르는 과부들. ⠀ 죽은 남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재혼도 안되고 평생을 정숙하게 살아가야 하는 여성들은 니키의 수업에서 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건 바로 그들의 은밀한(!) 판타지를 글로 옮겨 책을 만드는 것! ⠀ "인도에서 우린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에요." 아르빈더가 말했다. "영국에 있다고 해도 다르지 않아.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우린 이런 것들을 생각해서도 안 되는 사람들이니까." (p.113) 오랜 시간 억눌려서 가슴 깊숙한 곳에만 간직했던 과부들의 욕망은 실타래처럼 풀려나와 글이 되고, 솔직하게 마음을 터놓고 교류하는 그들 사이에서는 단단한 연대가 생겨난다. ⠀ "이 스토리텔링 수업은 아주 재미있기도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걸 말할 수 있게 가르쳐주는 것 같아요. 내가 정확히 원하는 게 뭔지를요." (p.418) ⠀ 한편, 사람들과 친해진 니키는 쿨빈더의 죽은 딸 마야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녀는 '우리 문화권 여성들이 수치스러울 때 선택하는 방법(p.270)'인 분신으로 자살한 것이었다. 하지만 젊은 여성인 마야가 그런 사고 방식으로 목숨을 끊은 것은 너무나 이해가 되지 않는데.. ⠀ 대학을 중퇴한 이후 무기력하게 시간만 보내던 니키는 글쓰기 수업, 제이슨과의 연애, 마야의 자살에 대한 의혹을 파헤치는 일을 해나가며 드디어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을 깨닫게 된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 소설의 결말은 직접 확인하시길! ⠀ 여성들의 연대와 욕망을 다룬 책들을 많이 읽었지만, 이렇게나 다양한 나이의 여성들이 솔직하게 교류하며 함께 성장하는 책은 이 소설이 차음이었다. 이렇게나 책 속의 사람들을 응원한 것도 처음! 소설 마지막의 추리 한 스푼, 그리고 그 사건으로 인해 삶의 목표를 세우는 니키가 너무 사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