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발리 카우르 자스월 지음, 작은미미 외 옮김 / 들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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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중퇴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간신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니키는 우연히 여성들의 글쓰기 수업 강사 자리를 맡는다. 알고보니 학생들은 인도에서 영국으로 넘어왔지만 영어를 읽고 쓸 줄 모르는 과부들.

죽은 남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재혼도 안되고 평생을 정숙하게 살아가야 하는 여성들은 니키의 수업에서 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건 바로 그들의 은밀한(!) 판타지를 글로 옮겨 책을 만드는 것!

"인도에서 우린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에요." 아르빈더가 말했다. "영국에 있다고 해도 다르지 않아.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우린 이런 것들을 생각해서도 안 되는 사람들이니까." (p.113)

오랜 시간 억눌려서 가슴 깊숙한 곳에만 간직했던 과부들의 욕망은 실타래처럼 풀려나와 글이 되고, 솔직하게 마음을 터놓고 교류하는 그들 사이에서는 단단한 연대가 생겨난다.

"이 스토리텔링 수업은 아주 재미있기도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걸 말할 수 있게 가르쳐주는 것 같아요. 내가 정확히 원하는 게 뭔지를요." (p.418)

한편, 사람들과 친해진 니키는 쿨빈더의 죽은 딸 마야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녀는 '우리 문화권 여성들이 수치스러울 때 선택하는 방법(p.270)'인 분신으로 자살한 것이었다. 하지만 젊은 여성인 마야가 그런 사고 방식으로 목숨을 끊은 것은 너무나 이해가 되지 않는데..

대학을 중퇴한 이후 무기력하게 시간만 보내던 니키는 글쓰기 수업, 제이슨과의 연애, 마야의 자살에 대한 의혹을 파헤치는 일을 해나가며 드디어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을 깨닫게 된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 소설의 결말은 직접 확인하시길!

여성들의 연대와 욕망을 다룬 책들을 많이 읽었지만, 이렇게나 다양한 나이의 여성들이 솔직하게 교류하며 함께 성장하는 책은 이 소설이 차음이었다. 이렇게나 책 속의 사람들을 응원한 것도 처음! 소설 마지막의 추리 한 스푼, 그리고 그 사건으로 인해 삶의 목표를 세우는 니키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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