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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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을 쓴 허주은 작가님의 이력이 눈에 들어 왔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캐나다에서 살아 온 그녀가 우리의 역사를 잊지 않고, 오랜시간 연구해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것. 슬픈 역사의 진실을 향해 뚜벅뚜벅 걸아가는 듯, 그녀의 이야기는 굳세다!


1426년 조선, 민환이는 제주로 향한다. 아버지의 실종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그녀의 분투 속에서 운명적으로 앞서 있는 비극적인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살아 온 거리만큼이나 마음도 멀어져간 동생 민매월을 만난다. 어쩌면 그 거리를 좁혀가는 이야기. 


여러 인물의 등장과 이어지는 사건의 전말, 다가갈수록 슬픈 역사의 현장을 목도(目睹)해야 하는 슬픔이 가득 차 올랐다. 역사 소설이라고 해도 분명 허구의 이야기인데도, 자꾸만 감정이 요동쳤다. 소설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조선의 '공녀' 이야기인 <사라진 소녀들의 숲>은 일제 시대 '위안부 소녀들'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힘없는 나라, 가장 힘없는 계층의 어린 소녀들의 희생은 시간이 두고 가해자만 다를 뿐, 피해자는 같다는 게 더 슬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자에겐 숙제가 남아 자신의 삶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것도 닮았다. 환이와 매월도 그러하리라. 이야기의 스포가 될 수 있어 그녀들이 풀어가는 숙제에 대한 선택에 대한 평가는 생략한다. 


누구나 환이처럼 적극적으로 역사의 진실을 쫓을 수는 없겠지만, 각자의 삶 속에서 지난 역사를 배우고, 진실의 토대 위에서 미래의 역사가 쓰여질 수 있도록 목도(目睹)하는 삶을 살기를. 나부터!



* 가제본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인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짙게 깔린 안개가 소나무로 만든 붉은 배를 감쌌다.내 눈에 허락되지 않은 땅 너머에 비밀이 숨어 있기라도 하듯.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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