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숲에서 엘러리 퀸 시리즈가 출간되기 시작했을 때엔 별다른 기대도 없었고, 흥미도 없었다.. 엘러리 퀸이라는 작가의 이름은 들어보았고, 유명작품으로 X,Y,Z시리즈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당시 검은 숲에서 출간하던 건 국가시리즈였으니까.. 만약 처음 시작이 X의 비극이었다면 바로 혹해서 읽어보았겠지만 로마모자살인사건이 첫 시작이었다보니 내 흥미를 끌지 못했었다.. 더불어 그 당시 나는 미친듯이 다른 걸 하고 있어서 책을 읽을 여유도 없었지만..
그러다 시간이 생긴 뒤에 엘러리퀸을 읽어볼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처음 산 책이 샴쌍둥이 미스터리였다.. 갈색크래프트표지에 주황색의 띠지가 인상적이었던 책은 내 마음에 쏙 드는 표지였다.. 깔끔하면서도 주황빛의 띠지로 포인트라니!! 일단 시리즈물의 표지로는 합격점이었다.. 그리고 제목도 나름 흥미를 끌었달까? 하지만 결과적으로 엘러리 퀸과의 만남을 <샴쌍둥이 미스터리>로 시작한 건 실수였다.. 소재자체는 매혹적이었지만 사건의 해결이라던지 탐정의 모습이라던지,, 내가 원하는 방식의 탐정소설이 아닌데다가 탐정도, 경감도 딱히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용두사미격의 이야기 분위기에 대실망을 했달까? 그래서 <샴쌍둥이미스터리>를 시작으로 엘러리퀸시리즈를 시작하려고 했던 나의 계획은 그렇게 끝나는 듯 싶었다.. 오죽하면 엘러리 퀸시리즈를 모으려고 하던 걸 포기하고 중고로 팔아버릴까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다가 X의 비극과 Y의 비극이 출간된 것을 보곤.. 그래도 3대 비극 중에 하나라는데 읽어는 봐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도 재밌는 편과 재미없는 편이 있듯 엘러리퀸도 그럴꺼라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가장 유명한 작품은 [Y의 비극]이랬으니까..
그런데 [Y의 비극]은 읽는 내내 나를 진빠지게 했다.. 너무나도 애거서 크리스티의 <비뚤어진 집>과 유사한 내용과 등장인물때문이랄까? 유사한 등장인물을 비교하자면 아래와 같다..
[Y의 비극] <비뚤어진 집>
실질적인 주인 어머니 에밀리 헤터 아버지 레오니데스
배우자 요크 헤터 배우자 젊은 여자(이름이 기억안남)
무능력한 자식들 큰아들 콘래드 헤터 큰아들 로저
둘째딸 질 헤터 둘째아들 필립
히스테릭한 자식 큰며느리 에밀리 헤터 둘째며느리 소피아
말썽꾸러기들 빌리 소아마비에 걸린 유스터스
재키 영악한 조세핀
그나마 정상인 큰딸 바버라 손녀 소피아
그외 전남편과의 자식 루이자 캠피언 죽은 아내의 여동생
딱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에밀리를 보면 아버지 레오니데스가 떠오르고, 에밀리 헤터의 모습에서 소피아의 모습이, 빌리와 재키의 모습은 조세핀과 유스터스의 모습이 떠오르게 되었다.. 게다가 기묘한 가족들의 성격이나 한 집안 내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기 시작하니 을 읽는 내내 <비뚤어진 집>의 이야기가 연상되다 보니 과연 내가 이 이야기를 처음 읽는 걸까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밝혀진 범인도 예상을 벗어나지 못한 채 너무나도 일치하였다.. 그리고 범인의 최후도 유사하고.. 범행방법을 터득한 것도 그렇고..
3대 비극 중의 하나라는 얘기에 엄청 기대하고 읽었는데 예상외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과 너무나도 흡사해서 진이 빠져버렸다.. 오죽하면 출판년도를 확인하기 전까진 왜 이 책이 3대 비극 중의 하나일까라는 생각까지 했으니까 말이다..
결론적으로 [Y의 비극] 이 <비뚤어진 집>보다 훨씬 먼저, 그러니까 약 17년이나 먼저 쓰였다.. 만약 내가 출간된 순서대로 [Y의 비극] 을 읽고 <비뚤어진 집>을 이후에 읽었더라면.. 아마도 난 [Y의 비극] 을 정말 좋아했을 꺼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64권을 3~4번씩은 읽었지만 그 중에서도 또렷히 기억할 정도로 좋아하는 이야기는 대략 10여편이고, 그 중에 하나가 <비뚤어진 집>이니까.. 그런 점에서 [Y의 비극] 은 늦게 만난게 아쉬운 작품이었다..
그래도 드루리 레인에 대한 기대를 품고는 [X의 비극] 을 두번째로 읽기 시작했다..소리는 못듣지만, 입술모양을 보며 대화를 하고, 상상만으로도 거대하게 느껴지는 햄릿저택에 사는 멋진 노신사이자, 차분히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드루리 레인. [Y의 비극]만으론 아직 탐정으로서의 매력은 느끼진 못했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임에는 분명했기에 첫번째 드루리 레인의 해결작품인 [X의 비극]에선 어떤 활약을 할 지 궁금하기도 하고.. 애거서 크리스티작품보다 먼저 나온 작품이란 걸 알고보니 [Y의 비극]만으론 엘러리 퀸의 매력을 알순 없단 생각도 들어 두번째 이야기를 묵묵히 읽기 시작했다..
[X의 비극]은 기차에서도 사건이 생기고, 전철에서도 사건이 생기고, 배에서도 사건이 생긴다.. 어찌보면 교통수단에서 발생한 3건의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으라는 이야기랄까?
그리고.. 음.. 굳이 비교하자면,, 이번 작품은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시리즈 중 <네 개의 서명> 내지는 <주홍색 글씨>가 연상되는 작품이었다... 물론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관련된 모든 사람이 죽게된다는 점이 비슷하다면 비슷하달까? 대부분의 추리소설들이 복수를 주제로 하고, 관련된 사람들이 차례차례죽는 이야기들도 많다고 반박한다면 할말은 없지만 그냥 그렇다는 거다..
그래도 [X의 비극]에선 드루리 레인의 귀여운 모습을 만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감쪽같이 섬경감으로 분장을 해서 손쉽게 다른 사람의 방을 조사하다니!! 그리고 그 곳에 있던 섬경감의 부하에게 섬경감과 만나는 날, 만나는 시간에 연락을 하라는 귀여운 장난을 치는 모습에서는 중후한 노인의 모습을 한 연극배우는 사라지고 위트있는 탐정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두 권의 책뿐이었지만 슬슬 드루리 레인과 섬경감이 친숙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읽기 시작한 [Z의 비극]!! 과 <드루리 레인 최후의 사건>을 함께 사면 빨간 컵을 준다기에 함께 사버렸는데 <드루리 레인 최후의 사건>을 먼저 읽고 싶어서 고생이였다.. 최후의 사건이라는 제목도 그렇고, 띠지의 XYZ도 그렇고, 익숙한 제목인 ~의 비극보다는 확실히 "최후"라는 제목이 더끌렸다.. 그래도 순서대로 읽기 위해 간신히 [Z의 비극]을 펼쳐서 읽기 시작했다..
[Z의 비극]은 섬경감과 드루리 레인 콤비의 모습보다는.. 은퇴한 뒤 탐정사무실을 연 섬경감과 그의 아리따운 딸 페이션스 섬이 주로 활약을 했다.. 물론 중후한 모습의 노인이었던 드루리 레인은 한층 더 노인이 되었지만, 탐정임에도 경감일 때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한 섬경감과 아버지와는 달리 탐정의 기질을 마구 발산하는 페이션스를 조금씩 도와주는 탐정으로 사건해결에 기여를 했다..
[Z의 비극]은 비리가 있어보인다는 동업자의 조사를 부탁한 사업가의 집에서 섬경감과 페이션스 섬이 겪게되는 사건이었다.. 가장 의심스러워 보이는 듯한 용의자인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아론 다우와 그를 믿으면서 무죄를 주장하는 드루리 레인과 페이션스.. 그리고 남자같은 모습에 포주로 의심스러운 페니 카이저.. 누가 범인일지 감도 잡지 못한채 페이션스 섬과 드루리 레인의 이야기에 정신없이 끌려다니기에 바빴다..그리고 교도소내의 모습이나 사형을 집행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보니 마치 내가 그 곳에 있는 듯한, 그리고 사형집행을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래서일까? 이전에 읽은 [X의 비극]과 [Y의 비극]에 비해 더욱 인상적이다..
드디어 읽은 마지막 드루리 레인의 활약상 <드루리 레인 최후의 사건>!!! 솔직히 드루리 레인의 활약상을 담은 책이라기 보단 페이션스 섬의 활약상이 담긴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책이었지만 이제 더 이상 드루리 레인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슬프기도 했던 책이다..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주로 한 연극배우 드루리 레인"이라는 컨셉에 맞게 마지막 이야기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관련이 있었다.. 기묘한 복장을 하고, 기묘한 내용의 문서를 남긴 채 사라진 남자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귀본을 보러 온 사람들 속에 섞여 있던 의문의 남자와 그를 쫓아가다 사라진 박물관의 수위.. 그리고 잠시 사라졌다가 나타난 셰익스피어의 희귀본..
모든 것이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관련이 있었고, 이야기의 결말도 그에 어울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런 선택을 한 드루리 레인의 모습은 안타까웠다.. 그는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다시 생각해보면 속에서도 범인에게 한 드루리 레인의 마지막 행동은 다른 이들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면서도 한편으론 자신이 옳다 생각한 것을 실행한 것이라는 점에서 속깊은 사람이면서도 냉정한 사람이었고, 그렇기에 <드루리 레인 최후의 사건>에서의 그의 선택은 그의 성격에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었다.. 만약 내가 드루리 레인의 성격을 진작에 제대로 알았더라면,, 이런 결말쯤은 예상할 수도 있었을텐데..
<쥐덫>에서 마지막 모습을 드러낸 에르퀼 푸아로의 선택이 속 드루리 레인의 선택과 유사했던 걸로 기억되는 걸 보면,, 그게 바로 탐정의 사명이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이로써 난 더이상 드루리 레인을 만날 수 없다.. 미친듯이 슬퍼하던 페이션스 섬처럼 미칠듯이 가슴이 아픈 것은 아니지만.. 살인사건이라는 무거운 이야기로만 만날 것이 아니라, 단편을 통해서 소소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모습을 만났어도 좋았을텐데..만나자마자 이별이라고, 단 4편의 이야기에서만 드루리레인을 만났던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그리고 엘러리퀸의 나라시리즈도 읽기 시작해볼까 싶은 생각이 다시 든다.. 빨간색부터 노란색으로 이어지는 띠지도 마음에 들고, 제목에 살포시 위치한 각각의 제목에 어울리는 샆화도 마음에 들고.. 황금가지의 애거서크리스티전집이나 셜록홈즈시리즈도 깔끔하다 생각이 들었었는데..
레이먼드챈들러시리즈표지도 나쁘진 않았었지만.,. 진짜 추리소설 시리즈 중 엘러리퀸 시리즈만큼 마음에 드는 표지도 없다.. 그렇다고 표지만 보고 책을 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첫인상은 뭐니뭐니 해도 표지니까!! 그리고 샴쌍둥이는 큰 매력이 없었지만 엘러리 퀸의 드루리 레인시리즈는 읽을수록 빠져드는 이야기였다는 점을 보면, 그가 쓴(사실 그들이 맞는 말이지만) 다른 추리소설도 충분히 매력적일 것 같고, 그러니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걸테니까 다시 시도를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