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참자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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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 책인만큼 새 책은 내가 제일 먼저 읽어야한다는 생각은 은연중에도 계속되지만 이 책만큼은 동생에게 양보할 수 밖에 없었다.. 시험기간이라 양심의 가책상 시간이 있어도 읽지 않고 방치해두고 있던 참이었고, 가가형사를 좋아하는 동생은 읽을 만한 책을 찾고 있기에 내 손을 먼저 거치지 않는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동생에게 양보를 했다.. 미용실에 갈 때도 밤에 잠을 잘 때도 너무 재미있다며 시험이 끝나면 꼭읽어보라고 했던 동생이 다 읽고 나서는 약간 시시하다고 평가를 한게 이 책이었다..

 

어쩌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복잡한 추리소설이나 깊은 사연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들을 읽다가 이 책의 결말을 보면 시시하긴 시시하다.. 440쪽에 달하는 이야기 중 사건에 대한 결말은 불과 100여페이지도 안되니까. 어떻게 보면 사건과 무관한 일들만 가가는 들쑤시고 다니는 것처럼 볼 수도 있고, 사건자체도 결국 복잡한 사건이 아니다 보니 한참을 기대했던 동생이 실망을 하는 건 당연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난 오히려 이 헛헛한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사건의 결말을 밝히는 과정과정마다 오래된 풍경의 마을 속에서 가가형사가 보여준 따뜻한 배려를 통해 언제나 잔인한 살인사건에 숨겨진 추악한 인간의 본성 내지 사건을 숨기려는 범인과 그 것을 밝히려는 탐정간의 두뇌싸움이 아닌 사건의 관련자로 누구보다 고통을 받지만, 범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금새 잊혀진, 또는 시도때도 없는 탐문에 응해야 하면서도 별다른 이름없이 등장하던 사람들의 모습 또한 새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에게 득이 될 것이 없음에도 비밀을 지키는 사람과 마음과는 달리 겉으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간의 오해와 비밀, 그로 인해 사건이 복잡해보이는 양상을 보이기는 하지만 결국 사건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척될 뿐인 사실들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비밀을 파헤치고서도 그 비밀이 당사자 이외의 자들에게는 비밀로 남겨지도록 덮어두는 가가형사의 모습은 너무나도 인간미가 넘치는 형사의 모습이라 오히려 현실성이 없어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런 형사들이 존재한다면,., 사건으로 인해 마음을 다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일은 없을텐데...

 

형사는 수사만 하는 게 아닙니다. 사건으로 인해 마음에 상처 입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또한 피해잡니다. 그 피해자를 치유할 방법을 찾는 것도 형사의 역할입니다.

라는 가가의 말처럼, 사건의 범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범인을 찾기 위해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고, 그들만의 사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주변탐문을 자세히 그린 만큼 결말에 있어서 긴장감이 떨어지긴 했지만, 오히려 이런 점이 이 책의 묘미이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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