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거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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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백은의 잭>을 먼저 읽은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표지만으로는 원래 <새벽거리에서>가 시선을 사로잡는 뭔가가 있었지만, "만일 내가 살인범이라도 나를 사랑할 건가요?"라는 문구에 약간 흥미가 떨어졌던 점도 있고, 그보단 <백은의 잭>이 뭔가 더 신선한 느낌이 들 것 같아 불과 하루차이긴 하지만 결국 이 책이 밀린 건데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다행스러운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한마디로 이 책은 "내 취향이 아니다!!".. 불륜이라는게 요즘은 TV만 키면 나오는데 굳이 책으로까지 읽을 필요도 없는 거고, 불륜이라는 소재자체도 좋아하지 않다보니 이 책을 읽는 내내 불륜을 저지르며 고뇌하는 와타나베의 모습은 지겹기 그지 없었다. 

물론 드라마에서처럼 우연히 만난 사람과 한 순간 사랑에 빠져 불륜을 저지르고, 그게 주된 이야기가 되어 이혼을 하는 이야기라든지 아니면 가족으로의 회귀라든지 하는 이야기를 구구절절히 펼치기 보단, 우연히 사랑에 빠지게 된 여자가 살인범이라는 의심이 드는 상황에서, 점점 그녀의 범죄가능성이 높아져 가는 상황에서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가족을 놓아버릴 수는 없는 한 남자의 미묘한 심리변화를 담으면서 데드라인인 3월 31일 0시를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있어 흔하디 흔한 불륜소재 드라마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냥 한 편의 불륜로맨스이야기에 불과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그만큼 살인범인 한 여자의 기구한 이야기 속에서 한 남자의 사랑을 느끼기보단, 그저 순간의 불장난과도 같은 불륜에 빠져 단순히 자신의 처지와 자신의 기분에만 급급한 한 남자의 이야기만이 부각된 느낌이랄까? 다른 일본 여성작가들의 책에서 사랑으로 미화된 불륜이야기도 많이 읽었었지만 여전히 불륜이라는 주제자체에 동화되지 못하다보니 주된 사건이 밝혀지고, 사건의 마지막이 밝혀질 때까지 솔직히 많이 지루했다.. 내가 왜 굳이 와타나베가 아내의 눈을 피해 불륜을 저지르기 위해 갖은 거짓말을 하고, 알리바이를 만들면서 호텔방에서 아키하를 만나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를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끊이지가 않을 정도였다.. 

그나마도 띠지의 "충격의 라스트신"이라는 소개에 희망을 갖고 계속해서 책을 읽을 수 있었고, 반전의 시작이라고 여겨지는 살인범이라고 믿어지는 한 여자가 시효완성을 앞두고 피해자의 가족을 도발하고, 소극적이었던 모습에서 적극적으로 변화하여 스스로 모든 상황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후반부부터는 그나마 지루함이 사라지기는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정도의 반전으로는 그다지 충격적인 라스트신이라고는 할 수 없는 느낌이 드는 이야기였다. 내가 전혀 좋아하지 않는 소재였다는 점이, 그리고 추리보다는 심리묘사가 주된 점이었다는 점이 이 책을 보통수준의 재미를 느끼게 한건 아닌가 싶다.. 심리묘사여도 범인이 그 범죄를 저지르게 된 동기나 심리변화상태를 묘사한 다른 히가시노게이고의 작품들은 정말 최고였는데,. 어쩐지 이 책은 너무나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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