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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베일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서머셋 모옴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평점 :
오늘 하루 처음 시작한 책이 서머싯 몸의 <인생의 베일>이었다. 고갱의 이야기를 그린 <달과 6펜스>에 반해버려 서머싯 몸의 책이라면 재미는 담보되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 믿음덕택에 잠시 미뤄두게 되는 책이기도 했다. 어차피 언젠가는 읽을 책이니 아는 작가보단 모르는 작가의 책을 먼저 읽자라는 생각이 들게만드니 말이다.. 그래서 항상 서머싯 몸의 책은 장바구니에 담겼다가도 금새 지워지는 책이었다. 하지만 <인생의 굴레에서>처럼 2권짜리 책도 아니고, <면도날>이라는 책처럼 전혀 끌리지 않는 제목도 도 아닌 <인생의 베일>은 요전번 책을 살때에 간신히 장바구니에서 살아남아 내가 가진 몇권 안되는 민음사세계문학전집 책들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언젠가 내가 읽어주길 바라면서..
그리고 오늘 드디어 나를 유혹하는 목적을 달성하고야 말았다. 오랜만에 펭귄클래식 책이 아닌 민음사세계문학전집을 읽어보자는 마음도 들었고, "에드워드 노튼"이 찍은 영화의 원작이라고도 하고, 내가 믿는 작가 중에 하나 있는 서머싯 몸의 책이기도 하다보니 손쉽게 읽을 책으로 채택되었다!! 사실,, 최근 읽고 있던 책들이 프란츠 카프카의 <성>과 로베르토 아를트의 <7인의 미치광이>,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인데 하나같이 두껍고, 우울하거나 비꼰다거나 하다보니 세권다 진도가 잘 안나가 다들 반틈씩만 읽고는 손에 잡히질 않고 있다보니 조금은 경쾌한 느낌의 책을 읽고싶던 바람도 컸나보다.. 그래서 한 여자가 무도회에서 자신을 편안하게 살게 만들어줄 남자를 찾고, 동생이 약혼을 하니 불안함을 느껴 자신을 좋아하는 잘 모르는 남자와 결혼을 하고, 그 사람을 쫓아 홍콩에 가서 불같은 사랑을 하는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되던 <인생의 베일>은 고전답지 않게 쉽게 읽혀 좋다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분명 <인생의 베일> 속에서 키티 페인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불같은 사랑의 끝의 씁쓸함을 맛보며 한치앞도 모르는 인생 속에서 그 순간이 지난 후에야 그 선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게 인생이라는 심오한 의미를 지닌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그보단 서머싯 몸의 부드럽게 이어지는 서술과 키티 페인과 월터 페인의 어긋난 모습에 더욱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분명 책뒤의 줄거리를 읽을 때만 해도, 월터페인과 키티 페인이 두 사람의 시련을 극복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콜레라가 창궐한 중국의 도시에서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서로르 감싸게 되는 그런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는데 어느 순간 월터 페인이 죽음으로써 너무나도 큰 상실감을 맛보게 되었다..
분명 월터 페인과 키티 페인이 위기를 극복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로 흘렀다면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가 되었을 거라는 건 알겠고, 아무리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사랑한다해도 서로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었다보니 회복할 수 없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자신들의 인생에 있어 서로의 의미를 몰랐던 부부가 서로에 대해 이해하며, 그럼으로써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도됐는데.. 서로를 이해해나가려는 순간 키티와 월터가 서로 다른 선택을 하게 만든 서머싯 몸이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의존적인 한 여성이 자신을 찾기 위해, 자립심을 갖으려 노력을 하고, 누군가의 도움이 되려 노력을 하며, 결국 여전히 의존적인 자신의 모습에 다시 한번 일어서기 위해 자신의 가족을 찾는 모습을 통해, 키티 페인의 변화된 모습을 통해 인생을 보여준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지독한 일벌레에 키티를 사랑한 자신을 경멸하던 월터 또한 자신의 인생을 찾았으면 좋았을 것을..해석에서 남자는 여자보다 상처를 더 쉽게 받고, 그걸 이겨내지 못한다는 말을 한 것처럼 월터는 키티보다 자신의 자존심을 극복하지 못한 채,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는 것에 안쓰러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