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 펭귄클래식 13
허균 지음, 정하영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오늘은 날도 궃고, 기분도 우울해 그냥 하루종일 책을 읽고, 리뷰를 쓰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개강하기전 예습이라도 해야된다며 전공서적에 허우적거리고 있어야 하는게 정상인데, 책으로 스트레스를 풀던 버릇에 의해 어차피 공부가 안되는 기분이라면 그냥 오늘 하루만은 책으로 그동안의 스트레스나 풀자싶어 간단한 이야기위주로 읽고 있다.. 그렇게 오늘 하루 읽은 책이 <홍길동전>, <목요일이었던 남자>, <인생의 베일>이다. 몇권의 책을 읽고 있는 중이었긴 하지만, 그냥 새 책을 읽자 싶어 그동안 궁금해하던 책 3권을 손에 잡고 닥치는데로 읽은 결과 오늘이 다가기도 전에 목표량을 다 읽어버리고야 말았다. 

솔직히 <목요일이었던 남자>나 <인생의 베일>이야 새롭게 읽는 책이지만 <홍길동전>이야 많은 사람들이 줄거리를 아는 얘기고 나 역시 수도없이 줄거리를 듣고, 짧게나마 국어시간에 배운 적이 있는 이야기다 보니, 더욱이 2가지 버전으로 읽어도 100페이지정도 밖에 안되다보니 정말 부담없이 읽을 수가 있는 책이었다.. 그래도!! 부담없이 읽은 것에 비해 2가지 버전으로 비교해가며 읽다보니 사뭇다른 느낌의 경판과 완판의 이야기에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가 있었다. 한두줄로 좋은 태몽을 꾸었다고 표현하던 경판과는 달리 온갖 미사어구를 사용하여 멋진 태몽을 꾸었다고 표현한 완판은 기본줄거리야 똑같지만, 홍길동의 아버지이름을 언급하느냐 그냥 아무개라고 하느냐, 홍길동의 형의 이름이 인형이냐 길현이냐라는 차이와 홍길동의 부인이 2명이냐 3명이냐라는 것, 8인의 길동이가 아버지의 입에 넣은 약이 1개냐 2개냐라는 차이 등등 아주 사소한 부분의 차이와 간결하게 표현했느냐 한문을 잔뜩 사용하여 문장을 화려하게 꾸몄느냐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그렇다 보니 같은 이야기에 다른 느낌이 들게 하는 이야기였다. 허균이 처참하게 처벌받고 난후, 금서로 취급되어 몇백년을 구전으로만 내려오다보니 각 지역마다 차이가 발생했고, 홍길동전이라는 이야기자체도 허균이 지은이니 아니니 하는 논란도 있다지만, 그래도 홍길동전은 우리나라의 멋진 고전이 아닐 수가 없다. 기록이라곤 외규장각도서와 같이 왕의 일과나 국정에 대한 기록이 대부분이고 소설이라곤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에서,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처럼 조선시대의 신분제와 사회의 모습에 대한 불만을 가졌던 허균이 홍길동의 이상사회의 건설이라는 모습으로 불만을 표출한 소설이있다는 사실에 정말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어떤 수업시간이었나 어느 책에선가 "결국 홍길동 역시 이상사회를 건설한 후에 자신이 왕으로 그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보면 허균 역시 유교사회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 한계이다"라고 한 것을 본적도 있지만 그래도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한" 신분제의 부당함과 그런 세상에서 벗어나 하나의 이상국가를 건설하려고 꿈을 꾼 것만으로도 허균은 그 당시의 깨어있는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는 점은 명확하지 않나 싶다..그리고 허균이 썼든 안썼든, 국문으로 썼든 한문으로 썼든 그냥 "홍길동전"이라는 이야기만으로 충분히 기념비적인 책이 아닐까 싶다.. 이런 멋진 이야기를 우리나라 펭귄클래식에서만이 아니라 펭귄클래식의 원고장 영국 및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펭귄클래식에서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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