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신경립 옮김 / 창해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008년말에 이 책을 읽었느니 다시 읽기까지 2년이나 걸렸다. 보통 좋아하는 책은 자주 읽게 되는데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었는지 집에 책도 없고, 그렇다고 딱히 끌리는 책도 아니었는지 기억에도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어지간한 책은 줄거리정도는 기억하고 있는 반면 <동급생>의 경우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야기 중 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룬 <방과후>와 한참을 헷갈려했으니 정말 인상이 옅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솔직히 이 책을 사서, 다시 읽기 전까진 이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했으니.. 

그래서 정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접할 수 있었다. 서장의 심장병이 있는 동생 하루미의 이야기를 보며 언젠가 읽은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고, 유키코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에서야 예전에 내가 이 책을 읽었었다는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임신한 여고생이 산부인과 앞에서 선생님들에 쫓겨 도망가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사건의 장면까지만.. 딱 사건의 시작까지만 기억이 나고, 그 이후에 의심을 받는 니시하라의 모습과 경찰의 수사에서 도무지 누가 범인인지, 어떤 트릭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났다. 어떻게 된게 "눈이 안그려져서 그런가 표지 느낌이 섬뜩하네.."라는 느낌은 처음 책을 본 때와 지금이나 똑같이 느끼는데 제일 기억에 남을 범인이 기억이 안나는지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경찰의 말에 의해 자꾸 함정에 빠져버렸다. 경찰이 압박 테이프를 찾으면 "맞다맞다!!니시하라의 짓이었지"라는 생각을 하게되니.. 그리고 따른 증거를 찾으면, "니시하라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에 생각의 반복을 하다보니 결국은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까먹게 되었다.. 그래도 니시하라가 애인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고, 자신을 좋아하던 유키코의 사망소식에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모습과 그에 반해  친구들에게 까지 유키코와의 관계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에 이 책을 계속해서 읽게하는 힘이 있던 것 같다..  

책 전체의 이야기인 니시하라고 경찰에 살인용의자로 의심을 사며, 그에 반박하는 증거를 모으기 위해 노력을 한 것보단, 자신의 체면을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누군가에게 유키코와의 모습을 다정스레 보여줄지 고민하며, 그런 고민에 자학하는 니시하라의 속모습이 진정한 이야기 내용이었고, 그런 모습이 나도 저또래였다면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기에, 니시하라의 모습이야말로 주제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책읽는 중간 중간 "1. 솔직히 요즘 세상에 결혼 전 누군가의 아이를 임신하는 일도 많고, 그로 인해 낙태도 하는 세상에(지금은 불법이라 대놓고 낙태하진 못하지만,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에도 낙태했다는 애도 있었다..), 부모 몰래 아이를 낳고 유기 또는 살인하는 여고생도 있는 마당에 단지 임신을 해서 병원을 다니던 여고생이 선생님을 피해 도망가다 교통사고를 당한게 그렇게 숨길 일인가....2. 병원에서 나오던 학생이 교사를 보고 도망가다 교통사고로 죽은 거야 어쨌든 사고로 일어난 건데.. 그걸 인정하지 못하는 여교사나 그 여교사에게 유키코를 죽였다며 따지는건지.. "라고 느낀 부분이야말로 내가 어른, 그것도 아직 어른의 세계를 다 이해하지 못한 어중간한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였다..

그 지역에서 잘나가는 이른바 명문학교의 입장에서야 자기네 학교에 그런 탈선을 저지르는 학생의 이야기로 사람들에 입에 오르내리는게 달갑지 않은 이야기이고, 부모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딸이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임신한 것이 부끄럽고 남에게 드러내지 못할 이야기인데.. 그리고 아무리 사고로 죽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선생님이 쫓아와서 사고가 났다는 학생들의 주장도 그럴 수 있는 건데 그 둘다 이해할 수 없는 어중간한 어른.. 그래서 이 책의 이야기는 나에겐 희미한 이야기 일 수 밖에 없다.... 

분명 나도 겪고 지나온 질풍노도의 시기이지만 벌써 오래 전의 이야기이고, 아직은 학생이다 보니 세상의 더러움을 잘 몰라서인지 선생님과 학생, 그 둘의 편도 들지 못하는 오히려 가오루의 계획에 장난반진심반으로 참여했던 학생 또는 살해당한 미사키선생님의 장례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 죽으니 불쌍하게 여기던 학생들의 모습에 더 가깝다보니, 희미한 이야기로 남는가 보다.. 멋진 탐정의 모습이나 애절한 마음의 범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 조금은 허전한 느낌의 이야기지만 그래도 이번에 다시 한번 읽어 범인도, 트릭도, 니시하라와 친구들의 고민도 알게 되었으니 더 이상 희미하디 희미한 이야기로만은 남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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