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드에 안녕을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7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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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노 쇼고의 책은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만 읽은 게 전부이고, 그 마저도 내용이 가물가물하니 책자체에 편견은 없었다. 그냥,, 추리소설을 좋아하니까.. 그래서 사람들의 추악한 모습을 보고, 그 사람들의 더러운 속내에 기분이 나빠질 때도 많지만 그보다는 탐정으로 활약하는 사람의 멋진 모습 또는 수더분함에서 빛나는 명석한 추리력에 반할 때도 많고, 그런 주인공을 만든 작가의 매력에 푹빠져 지내니 마음에 드는 작가 한 명 한 명을 발견할 때마다 뿌듯한 마음에 책을 읽는데 이 책은 그런 마음보단 찝찝함만 가득남겼다.  

다른 사람의 불행한 모습에 깨소금맛을 느끼는 게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고 나뿐만이 아니라는 역자의 말에도, 하나같이 원래 이야기에서도 "행복"이라는 게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다 결말자체도 반전에 의해 더욱 불행해지고, 추악해지는 모습에도 기분이 더러워졌다, 나빴다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계속해서 내 마음 속에 때가 묻는 듯한 느낌.. 작가가 이러한 느낌을 추구했다면 정말잘 쓴 책이고, 작가도 정말 대단한 사람이겠지만.. 난 정말 읽는 내내 내가 이 책을 읽는 이유도 못느꼈다.. 

간만에 다 읽은 책인데.. 시험을 앞두고, 과제가 쌓였음에도 제목에 끌려 읽은 책인데.. 어쩜 이렇게 스트레스가 쌓인 나에게 더욱 스트레스를 쌓을 수가 있는지 한편으론 감동아닌 감동도 받았다. 첫번째 작품인 <언니>에서 언니만을 편애하는 부모의 모습에 폭발해 버린 소녀의 이야기에 왜 가족은 딸의 불만을 알아채지 못한건지 이해를 못하겠다가도, 용돈을 주지않는다는 사실만으로 부모를 죽이는 청소년범죄를 생각하면 충분히 있을 수도 있을 법한 사건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아무리 세상에 해피엔드란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비극적인 결말을, 비극적인 반전을 그릴 필요가 있나싶었다..  

두번째 이야기인 <벚꽃지다>도 학벌에 목을 매는 아들의 모습에서 충분히 대학입시에 목을 매는 우리의 모습도 볼 수 있고, 그렇기에 어머니의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기에 분명히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렇게 활자로 변한 이야기를 읽다보니 <언니>에 이어서 더더욱 기분이 찝찝해졌다. 아마도 이런 이야기가 소설이지만은 아닐 꺼라는 것을 깨닫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잠자기전 단 한시간이라도 책을 읽으려고 한 나를 더욱 잠에 못들게 하였다. 

<천국의 형에게>, <지워진 15번>, <죽은 자의 얼굴>, <방역>, <강위를 흐르는 것>, <살인 휴가>, <영원한 약속>, <in the lap of the mother>, <존엄과 죽음>과 이어지는 옮긴이의 말까지 어느 하나 한번 찝집해진 기분을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고, 오히려 점점 한숨만을 쉬게 만들었다. <영원한 약속>에 나온 대학생을 제외하곤 딱히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도 없었고, 다들 살인에 대해 너무나도 자신을 정당화하고 있는 모습에, 그리고 결말에서 밝혀지는 숨겨진 비밀까지도.. 정말이지 책의 내용에 흡입력은 있어 기분이 나빠짐에도 불구하고 계속 읽게 되는 책이지만, 다 읽은 지금.. 허무함을 느낄 뿐이다. 

그리고.. "깨소금맛"이라고!! 어떻게 이런 이야기에 깨소금맛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지 옮긴이의 말에 더더욱 화가 났다. 남의 불행에 사람들이 다 고소해할까? 나만 해도 다른 사람들이 사건에 휘말려 점점 불행해질 때도 깨소금이라고 안한다.. 내가 아무리 싫어하는 사람일지라도, 적당히 그 사람이 소개팅한 사람에게 차이거나 선생님 또는 상사에게 안좋은 말을 듣는 경우라면 "깨소금이다"라고 표현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사람들이 죽어가는 이야기,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물들을 지켜보며 히죽거린다" 라는 표현을 하는지, 그러는게 정상이라는 듯 얘기한 옮긴이의 어이없는 표현에 아직도 곱씹고 있다.. 

하지만 이제 곱씹는 것도 그만이다.. 해피엔드에 안녕을 한 만큼, 절대 해피엔딩의 이야기가 없고,  어이없는 사건보단 눈쌀이 찌푸려지던 이야기들, 계속해서 이야기를 곱씹는 나의 모습에 나도 안녕을 한다,.. 다신!! 이런 책 안읽을테니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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