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알바 내 집 장만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5
아리카와 히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내가 뭐든 해야한다는 걸 그 때는 전혀 깨닫지 못했다."   
   

책소개의 동영상 속 마지막 말에 결국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세이지의 엄마가 중증 정신장애를 겪으며 불안해할 때도, 그런 엄마의 모습에 아버지에게 분노를 터뜨리게 되는 누나 아야코의 모습에도 전혀 동요되지 않았었는데.. 책을 읽는 내내 "그래.. 세이지가 대견하다.."라는 생각이었는데.. 책 소개의 동영상 속에서 그려지는 엄마의 모습에, 그리고 그 때는 내가 무엇을 해야했는지 모른다는 그 문장 하나에 눈물이 흘렀다.. 

책을 읽으면서도 우리 엄마는 그렇지 않으리라는 굳은 믿음때문이었는지 세이지의 일은 책 속의, 허구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일본의 한 집에서 벌어진, 지나친 동네이기주의에 의해 다친 가족의 모습에 아버지의 무관심으로만 생각을 했는데.. 세이지의 엄마는 나의 엄마일 수 도 있었고 그 누구의 엄마일수도 있었다.. 언제나 자식에겐 한없이 약하며, 기운을 불어넣어주면서도 자신의 쓸쓸함을 자식에게 보이지 않는 엄마.. 

지금처럼 취업이 힘든 시기에 누가 연수때 사이비종교같다는 이유만으로 회사를 떼려칠까 싶으면서도 여전히 부모님의 품안에서 언젠가는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만으로 살아가는 캥거루자식들이 늘어가는 세상에서, 세이지는 우리 주위에서도 볼 수 있는 사람들 같다.. 나 역시 아직은 부모님의 품안에서 세상무서운줄 모르고 살아가는 크디큰 캥거루새끼의 모습이기도 하구.. 솔직히 세이지의 아버지가 무관심했던 것도 아닌, 그저 자신의 부인을 평범히 생각했고, 그다지 문제가 없겠거니 생각했으며, 자식들과 소통하는 법을 몰랐을 뿐이니 결국엔 엄마의 일을 통해 세이지와 대립해가며, 아야코의 비난 속에서도 도망치면서도 엄마의 상황을 조금씩 인지해가면서 가족 모두가 서로 도우는 모습을 보니 그래도 이 집은 가족간의 소통은 있구나 싶었다..   

엄마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만 해도 집안에서 빈둥거리고 끈기라고는 없던 세이지가, 거칠디 거친 일로만 여겨지던 공사장에서 마음따스한 아저씨들의 충고에 따라, 누나의 충고에 의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은 결국 가족 중의 한사람이지만, 가족의 문제를 직시한 누나에 의해 가족 모두가 조금씩 노력하려 했고, 가족을 믿었으니까 가능한거 아닌가 싶었다. 무엇보다도 아버지의 충고에 따라 원서를 썼고, 면접대상자였음에도 엄마를 위해 과감히 그 기회를 포기했던 세이지는 더 이상 예전의 세이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앞부분의 엄마의 문제는 어느새 까맣게 사라져 읽느내내 희망을 느꼈다고 생각되는지도 모르겠다.    

단지 엄마를 위해, 그리고 조금은 무딘 아버지를 모시고 살며 그래도 자신의 힘으로 집을 얻겠다는 세이지가 늦게나마 깨우친 자식이었고, 결국 프리터의 생활에서 벗어났으며, 그의 목표인 집까지 구했으니 더더욱 해피엔딩의 결말이 인상적이었겠지 싶다.. 그러다 본.. 책 소개 속의 동영상은 다시 한번 책 속의 이야기를 되살피게 해주었다. 

단지, 한 백수의 좌충우돌 성장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고, 그저 이야기가 끝나가니까 해피엔딩이 된게 아니라, 세이지와 아버지는 그 나름대로 사랑하는 엄마, 부인을 위해, 언제나 그들을 향해 웃어주던 엄마, 부인의 미소를 찾아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세이지의 엄마는 단지 책 속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언제나 책을 읽을 때만 우리엄마, 사랑하는 우리엄마, 이럴 게 아니라 나도 얼른 깨우치고, 부모님의 품에서 온전히 자립하도록 노력해야겠다..  내가 뭐든 해야 했을 때, 전혀 깨닫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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