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럴 펭귄클래식 43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은정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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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라는 직업말고는 연관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마크 트웨인과 찰스 디킨스.. 찰스 디킨스가 마크 트웨인보다 20여년 먼저 태어나고 마크 트웨인이 찰스 디킨스보다 40여년을 더 살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시대의 작가라 볼 수도 있겠지만, 영국의 작가 찰스 디킨스와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의 이야기는 정말 느낌이 다르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이나 <위대한 유산>은 교훈을 주려는 의미가 강하고, 성공을 한 후 과거를 잊은 사람들에게 다시 과거의 마음을 일깨워주는 듯한 이야기이고,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흑인차별, 노예제도문제와 같이 그 시대의 문제를 그리면서도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이야기라는 점에서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쓰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마크 트웨인과 찰스 디킨스가 헷갈린다. 두 사람이 어떤 작품을 썼는지가 헷갈리는게 아니라, 단 한권 <왕자와 거지>를 읽으면 작가의 이름 "마크 트웨인"을 보는 순간 두 사람을 완전히 혼동하기에 이르른다. 영국의 모습을 그려서인지, 아니면 왠지 모르게 그 이야기에서 찰스 디킨스가 느껴져서인지 <왕자와 거지>를 읽으며 같은 작가의 책이라며 <크리스마스 캐롤>과 <위대한 유산>을 떠올리다가 "마크 트웨인"이라는 이름을 보면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이 떠오르다 보니 머릿 속에서 한참을 고민하게 되었다. 

정말.. 두사람 사이엔 공통점이라고는 없는 것같은데.. 그래도 <크리스마스 캐롤>을 읽을 때면 마크 트웨인과 찰스 디킨스가 헷갈리는 일은 전혀 없다. 이건 누가 뭐래도 "찰스 디킨스"의 이야기니까 말이다. 덕분에 이 책에선 찰스 디킨스와 마크 트웨인 두사람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마음껏 이야기에 빠져들 수가 있었다.  

이 책이 <크리스마스캐럴>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스크루지영감의 이야기만 실려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스크루지영감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크리스마스에 벌어진 짧은 이야기모음집인만큼 "크리스마스"에 읽으면 더욱 분위기가 살 것 같은 책이기도 하지만, 그냥 평소에 읽어도 "크리스마스"의 모습을 생생히 느낄 수 있고, 더불어 찰스 디킨스의 얄팍한 속내마저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한 편의 이야기인 <크리스마스 캐롤>이 잘 되다보니 독자들의 요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크리스마스 시리즈를 계속해나간 건지도 모르지만, 내 심사가 배배꼬인 것같긴 하지만 내 느낌엔 독자들이 좋아하는 "크리스마스"라는 주제와 더불어 그가 이전에 썼던 작품의 인기라를 장점을 이어가기위해 편히 쓴 소설일것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야기 하나하나에 불만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크리스마스 캐롤>의 원형인 <교회지시를 홀린 고블릴이야기>의 경우, 정말 "딱" <크리스마스 캐롤>이었다. 그저 주인공과 등장인물이 바뀐 채 심보를 고쳐먹은 심술쟁이들의 이야기니 말이다. 그래도 괴물인 고블린이라는 존재에 겁을 먹어 심보를 고쳐먹은 교회지기의 모습보단 더욱 의미있는 과거,현재, 미래의 유령과 옛 동업자의 유령에 의해 스크루지가 마음을 고쳐먹은 이야기가 뭐니뭐니해도 최고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나머지 이야기들은 전부 처음 읽는 이야기이다 보니 하나같이 신선한 느낌이었다. 단지 너무 짧은 내용에 "즐거운 크리스마스와 복된 새해를 맞기를!"이라고 빌어주라는 것외엔 남지 않는 <크리스마스 축제>의 경우 당혹스럽기 그지없었지만, 크리스마스날 건넨 한마디말로 우정을 다진 귀머거리신사의 이야기나 가난한 여행자들이 서로서로 모은 음식으로 최고의 만찬을 든 <가난한 일곱여행자>이야기 역시 크리스마스날의 따뜻함 뿐만 아니라 사람들 속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뭐 그 외에도 몇 편의 이야기가 더 있었지만 딱히 인상적이지는 못했다. 다만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중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최고라는 느낌만 다져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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