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를 통해 또 다른 세계로..

1Q84 3 - 10月-12月 ㅣ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1Q84>가 처음 일본에 출간된것을 뉴스로 본 뒤부터, 나와 1Q84는 기다림의 이야기였다. 마음급한 한국독자들을 위해서인지 문학동네에서는 1권을 먼저 출간하고, 그리고 한 보름후에 2권을 출간했다. 나 역시 마음급한 독자중의 한명이어서인지 출간되자마자 1권을 냉큼 사고서는 또 다시 2권을 기다렸다. 1권을 너무도 오래 기다렸다는 생각때문이었는지 아무 생각없이 샀던 1권은 또 다시 나에게 기나긴 기다림을 주었다. 책 1권을 읽는데야 아무리 오래걸려도 3일도 안걸렸기때문에, 1Q84 1권을 손에 넣자마자 읽는 것은 결국 2권을 기다리는 더욱더 큰 고통이 될 걸 알았기에 정말 인내하며 2권을 기다렸고, 정말 정성껏 읽었었다.  

하지만 왠걸!!1,2권을 읽고나서도 뭔가 모자랐다. <해변의 카프카>를 읽었을 때처럼, <태엽감는 새>를 읽었을 때처럼, 하루키의 새로운 이야기를 읽었다는데에 뿌듯함은 있었지만 이야기자체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서 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쉬웠던 이야기..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3권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루키자신도 뭔가 이야기의 끝이 아쉬웠다고 했던가 아니면 부족했다고 했던가 아무튼 그래서 3권을 집필중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결국 난 또다시 1년을 기다렸다. 그리고 예약주문을 하기시작한 때 다시 처음부터 1Q84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희미하게 이야기는 기억났지만, 다시 읽는 이야기는 약간은 새로웠다. 아마 3권이 출간된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았더라면 벌써 1번은 더 읽었을 것 같은 이야기를 1년이나 덮어두어서인지  아니면 3권을 드디어 읽는다는 생각에 들떠서인지 처음 읽었을 때보다 더욱 흥미로웠다.  

공기번데기의 모습과 그 이야기를 쓴 독특한 말투의 후카에리, 성질급한 다카쓰와 그의 부탁에 의해 공기번데기를 리라이팅하는 덴고와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방법으로 사연있는 사람을 죽이는 독특한 킬러의 모습인 아오마메와 이상한 단체인듯한 선구와 1984년과 1Q84년..  환상세계로 넘어간 소년과 소녀가 힘이 세고, 멋진 모습으로 변하여 그 세계를 구하여야 하는것과는 달리 아오마메는 그저 경찰제복이 바뀐 것을 보고 겨우 눈치채고, 하늘에 뜬 2개의 달을 보고서야 자신도 모르는 사이 1984년에서 1Q84년으로 넘어간 것을 알게되는 것도 그 누구도 자신들이 아오마메와 다른 세계의 것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때 두개의 달을 본 덴고와 이시카와만이 어렴풋이 느끼는 것 등등..어쩌면 내가 지독히도 하루키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하나하나가 매력적인 캐릭터와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은 사람의 입에서 조그만한 것들이 나와 사람키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리틀피플의 모습에선 <해변의 카프카> 속 나카다의 입에서 나오던 하얀 색 뱀같은 물체가, 소녀가 벌을 받게된 이유인 죽은 눈먼 양의 모습에선 <양을 쫓는 모험>의 몸에 별모양이 있는 양이, <태엽감는 새> 속의 우물은 아오마메가 내려가야했던 비상계단을 떠올리게 하는 어디선가 본 듯한 그런 것이었지만 그래도 아오마메와 덴고가 겪는 일상아닌 일상의 이야기는 그것들과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고 할까? 

호랑이의 얼굴이 반대편을 쳐다보는 달이 하나인 세계가 원래의 세계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결국 밝혀지지않은 덴고가족의 비밀이나 자신들의 통로를 잃어버린 리틀피플이 그래서 결국 뭘 어떻게 하는지 등등 그런 것이 밝혀지지 않은채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어도 좋았다. 결국 덴고와 아오마메는 만났고, 둘이 어디론가 갔으니까..그리고 그들을 쫓은 자들이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니까.  

근데 2권을 읽었을 때처럼 뭔가 불안하다. 왜 <end>가 아닌 <BOOK3 끝>이라고 되어있는 건지.. 아오마메와 덴고의 이야기가 뭐 4월부터 12월까지라 1~3월이 빠진 것 역시 4권이 출간될 거라는 단서로 보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거야 이야기의 특징상 4~12월까지의 이야기만일 수도 있으니 별 신경안쓴다. 아오마메의 뱃속아기가 진짜 덴고의 아이인지 등등 밝혀지지않은 9개의 비밀에 대해 해명이 안되었다는 점도, 모든 책들에서 모든 비밀을 까발리는 것은 아니니까 이 책 역시 그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면 문제될 것도 없다.  

하지만.. 작가의 인터뷰에서 넌지시 암시했다니, 아니 그보다 <end>가 아닌 <BOOK3 끝>일까? 1권에선 <BOOK2로 이러집니다>이러고 BOOK2에선 아무런 표시도 없더니.. 왜 하필 3권에서만 <BOOK3 끝>일까 싶다. 정말 4권이 나오는 걸까? 그럼 난 또 다시 <1Q84>를 기다려야 되나보다. 더 이상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아도 난 괜찮은데.. 아오마메가 다마루가 준 총을 사용했는지 사용하지 않았는지, 결국 죽었는지 않죽었는지도 모르게 하던 2권의 결말보단 정말 만족하는 이야기인데.. 아무튼 이제 잠시 1Q84에 대한 생각은 그만 해야겠다. 어차피 책이 나올거면 내년쯤에나 다시 나올테고 그때 또 대대적인 홍보를 할테니 우선은 덴고와 아오마메의 꼭 잡은 두 손처럼 그들이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다고 믿을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