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무라카미 하루키를 알게된, <노르웨이의 숲>이란 제목보단 <상실의 시대>의 모태가 되는 <개똥벌레>가 수록되어있다는 사실만으로 이 책을 읽게되었다. 약간 심오한 의미가 있던 <상실의 시대>는 한번의 독서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기에, 단편으로 읽으면 간략하나마 그 글의 분위기를 파악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개똥벌레라는 작품 외엔 별다른 관심없이 읽은 책이었는데 다 읽고나니 개똥벌레보단 다른 이야기가 더욱 탐이 나는 책이었다. 

아마도 <상실의 시대>의 모태이며 단편소설이기에 이미 <상실의 시대>에서 읽었던 내용이 그대로, 조금은 변형되어, 간략하게 쓰여진 느낌이었기에 다른 작품에 비해 임팩트가 적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에 반해 아무 이유없이 다른 사람의 헛간을 태우고, 그 사람이 헛간을 태웠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조깅코스를 바꾸어 달리는 사람의 이야기인 <헛간을 태우다>나 한마리의 코끼리를 분해하여 5마리의 코끼리를 만드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꿈에서 만난 춤추는 난쟁이에 의해 매력적인 여성을 유혹하고 결국엔 경찰에 쫓기는 <춤추는 난쟁이>는 소재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진행자체도 조금은 독특한 느낌이었다.  

확실한 결말도 아닌 두리뭉실한 결말에 그 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또한 이러한 맥락을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였다. 귀가 잘 들리지않는 사촌동생과 병원에 같이 가면서 대화를 하는 평범한 이야기에 장님 버드나무와 작은 파리에 대한 이야기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그저 병원에서 나와 버스를 타려는 장면으로 마무리를 짓기에 뭔가 허한 느낌이 들면서도,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단 한편, <세가지의 독일환상>은 잘 이해가 되지않는다.. 공중에 15cm 떠 있는 공중정원과 헤르만 괴링의 거대한 요새, 섹스박물관에 대해 이야기는 하는데 전혀 연결이 되지않고, 도무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이해가 되지않는 유일한 작품이랄까? 이 이야기마저 제대로 이해를 했다면 아주 깔끔하게 하루키의 단편 5가지를 내것으로 만들 수 있었을텐데.. 어쩐지 다 읽었음에도 아직 책의 일부를 읽지않은 듯한 찝찝함을 남길 뿐이다.. 지금 당장 한번 더 읽어도 머리가 돌아가지 않으니.. 아무래도 다른 하루키의 책을 통해 내공을 쌓은 후, 마지막 단편만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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