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반양장) 펭귄클래식 3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원래 고전이라는 것이 읽지 않았어도 어디선가 주워들은 덕에 대충은 알고있는 이야기들이다. 어릴적 많은 부분을 잘라낸 요약집이라 볼 수 있는 동화책을 통해서, 아니면 TV에서 해주었던 명작동화였는지 명작만화였는지라는 제목의 만화를 통해서, 그리고 고전 속의 매력적인 주인공을 그려낸 영화를 통해서 등등 기타의 방법으로 많은 고전의 이야기를 알게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붐이 되어버린 드라큘라 혹은 뱀파이어시리즈, 비싸서 많이는 못보지만 매년 오픈하는 뮤지컬 지킬앤 하이드, 어릴 적 재미나게 보았던 톰 소여의 모험, 디즈니의 수많은 만화영화 중의 하나였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처음으로 가진 세계문학전집에서 재미나게 읽었던 셜록홈즈까지 몇 년전까지만 해도 원작은 한 번도 읽은 적은 없었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다보니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뭐하러읽나라는 생각에 원작을 읽으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고, 어쩌다 한 시도는 실망스러울 때가 많았다.  

특히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개봉된다고 하여 얼마나 기대를 하고 읽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인데, 어릴 적 재미있게 보았고 어려울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던 그런 이야기였는데 열린책들에서 나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으며 얼마나 좌절을 했던가!! 루이스 캐럴이 지네 나라말로 지네 나라 유머감각을 가지고 말장난을 한 것을 내가 어떻게 이해할 것이며, 만화 속 혹은 영화 속 흥미진진한 장면은 어쩌면 이렇게 밋밋해보이던지..그래서 여전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하면 내 머릿 속엔 원작 속의 이야기보단 디즈니 만화영화의 장면과 이야기가 남아있다.   

이렇듯 흥미진진했던 모습이 밋밋해보여도,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와는 달리 사족(원래의 내가 알고 있던 압축된 이야기의 관점에서 보면!!)이라는 것이 수두룩하게 달려있고, 우리나라의 정서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 잔뜩 나와 내 지식으로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아도 여전히 고전을 보면 한 번 읽어볼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일을 점차 시도를 하고 있고, 그런 시도로 읽은 이번 책이 <지킬박사와 하이드>다.  

얼마전 읽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 속 주인공인 도리언과 함께 영화 젠틀맨리그의 주인공 중의 한명이었던 지킬박사의 모습은 쉽게 상상할 수 없다. 지킬박사라는 게 전형적인 영국의 신사이자 귀족의 모습을 했다고 보면 되니 조금은 마르고, 조금은 키가 크며, 멋진 검정 모자와 지팡이를 든 남자의 모습을 떠올리면 되는 하지만, 그런 전체적인 실루엣이 아닌 얼굴은 이렇다할 특징이 없다. 하지만 그런 지킬박사가 약을 먹고 변한 하이드의 모습은 다른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지킬의 모습이 모두 사라진 채, 그의 내면 속에 숨겨진 악이 똘똘 뭉쳐 나타난 흉악한 모습에, 난폭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보니 그의 생김새는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다만, 이제까지 내가 생각하던 하이드란 지킬보다 더욱 큰 키에 더욱 큰 체격을 지녔기에, 한 노인을 한 번의 지팡이질로 죽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원래의 하이드는 조그만 했다.  

하지만 하이드의 체구가 더 작은 탓에 그의 난폭한 성격이 더욱 부각되는 것 같았다. 말쑥한 지킬의 모습과는 달리 작은 체구에 굽은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하게 강한 힘.. 그리고 그 힘을 주체하지 못한 채 마음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하이드의 모습은 이전에 내가 보았던 헐크하이드보다 더욱 강한 내면의 악이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단지 다른 사람으로 변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저 자신이 만든 약과 그 약을 통해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일탈을 꿈꾸었던게 다인데 지킬은 인간이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하게되었고, 그로인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만약 그가 단 한번만 그 약을 시험해보았더라면, 아니 자신이 점점 위험해지는 모습에 놀라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약을 다 없애버렸더라면 쓸쓸한 죽음에 이르진 않았을텐데..  

그러고 보면 악은 이세상의 그 어떤 선보다 사람을 현혹시키는 존재인가 보다. 한 번 맛보면 그 즐거움과 짜릿함에 쉽게 내던져버릴 수 없고, 그 위험을 겨우 깨우쳤을 때엔 너무 늦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함에 따라 더욱 더 악의 즐거움을 누리며, 겉으로는 성인군자처럼 행동한 지킬의 모습을 보면 인간이 얼마나 악에 대해 관심을 갖고있는지 알겠다. 나 역시 누군가가 보지 않고, 들키지 않는다면 세상의 모든 부를 갖고 싶기도 하고, 내 능력보다 과장되게 꾸미어 다른 사람들을 속이기도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한 욕구를 숨기고 악보단 선을 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인간은 누구나가 악에 의해 자신을 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아서가 아닐까? 

이 책 속의 또다른 단편이었던 <시체도둑>속의 페츠 역시 악에 깊숙히 물든 맥팔레인의 모습을 보며 더 이상 그 일에 관여하지 않으며, 평생을 죄책감에 사는 건, 자신이 조금이나마 행했던 악과 그 악에 자신을 물들게한 사람이 얼마나 위험하며, 또 얼마나 불쌍한지를 알아서가 아니까 싶다. 행하기 쉽지만, 그로 인해 든 죄책감에 의해 평생을 시달리는 건, 악한 일을 할 때의 짜릿함과 즐거움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일이니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