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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오스카 와일드 ㅣ 펭귄클래식 7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진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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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젠틀맨 리그라는 영화를 통해 도리언 그레이를 알게되었다.. 뱀파이어, 투명인간, 지킬박사, 톰소여, 네모선장, 그리고 도리언까지!! 각기 다른 명작의 주인공이 한 영화에 등장했고 그 중 처음 만난 도리언 그레이의 존재는 새롭기까지 했다..
아름다운 미모를 영원히 갖는대신 초상화 속의 자신이 나이를 먹게된 도리언..솔직히 영화 속의 도리언은 이 책 속의 영원히 소년같은 모습의 도리언과는 달랐다. 멋있고, 초상화 속의 그림과는 달리 젊긴 하지만 소년이라기 보단 아무리 봐도 서른초반정도의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나이를 대신 먹어가고, 도리언이 나쁜 짓을 할 때마다 추악한 얼굴로 변하던 초상화를 가끔씩 바라보며,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방에 보라빛인가 빨간빛의 덮개를 씌어놓던 책속의 도리언과는 달리 영화속의 도리언은 절대 자신의 초상화를 보지 않고, 덮개를 열지조차 않았으며, 초상화를 보더라도 변하지 않던 책속의 도리언과는 달리 영화속의 도리언은 결국 자신의 초상화를 보곤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그대로 얻게되어 먼지로 변하게 되었다.
이러한 차이점을 보면 불사신에 초상화를 보지 않던 영화 속 도리언과는 달리 늙지는 않지만 초상화를 보며 베인에 의해 죽을 뻔한 위기에 두려워하던 책 속의 도리언이 조금더 사람다웠다. 자신이 나쁜 짓을 할 때마다 조금씩 겉모습이 변하는 것에 두려워하면서도, 자신의 외모에 모든 것을 걸고 계속해서 나쁜 짓을 하는 도리언 그레이와 조그만 실수를 깨우치지 않고 붙잡힐까 걱정하면서도 계속해서 나쁜 짓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너무나도 닮아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모습조차도 지극히 현실다웠다. 만화 심슨에서 보면, 호머심슨이 도넛하나때문에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장면처럼 도리언 그레이가 자신의 영혼을 팔 때에는 한 밤에 악마가 직접 등장하여 계약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도리언 그레이가 영혼을 파는 장면은 밋밋하기 그지없고, 누구나가 한 번쯤은 했을 말이기도 했다. 한낮에 자신의 친구들과 있으며 진담으로 자신이 초상화처럼 늙지않으면 좋겠다고, 그렇게만 된다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도 좋다는 언급에 의해 어느새 악마에게 영혼을 팔게되다니..
도리언이 헨리경을 만나 조금씩 겉모습만을 중시하는,,그런 사람으로 변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완성되어있던 초상화는 아무 변화가 없고,, 그렇다고 영혼을 파는 장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너무나도 짧게 지나갔던 언급이 영혼을 파는 장면이었다니!! 그리고 도리언의 첫사랑 시빌 베인이 자살을 하면서 도리언의 초상화는 조금씩조금씩 변하게 되는 것도, 나이를 들어 변화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저지른 흉악한 일로 인해 조금씩 조금씩 인상이 변하는 것이었다..
조금씩 타락한 일을 저지르다 사교계에서도 점차 거부당하고, 점잖은 여성이나 남성들이 그를 거부하기 시작했으며 그에 따라 초상화 속의 얼굴도 점점 흉악하게 변했고. 결국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 자신을 고통에 빠트렸다고 생각하여 바질 홀워드까지 죽이게 된 도리언이었다..
그 후에도 악한 짓을 하며 평소의 삶을 유지하던 도리언이 자신의 초상화를 찢으려다 자신이 죽게됨으로써 이야기는 끝이났다..정말이지 내가 영화속에서 보았던 결말이 아니었다!!나는 영화만을 보고 자신의 초상화를 보면죽는 도리언의 모습만을 생각했는데.. 책 속의 도리언은 틈틈이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며 괴로워하고 약간의 선행이 조금은 초상화를 변화시키지않았을지 궁금해하며 혼자서 초상화를 확인하니.. 내 생각대로 초상화를 보는 순간 초상화의 나이와 모습이 본인이 갖게되게되었다면..도리언은 시빌의 죽음이후에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았을것 같은데..
영화로 처음만난 도리언의 이야기와는 다른 듯 같은 이야기였지만, 생각만큼 매우 재미있게 읽지못했다. 너무나도 자극적인 이야기에 물들어있다보니 이 정도의 이야기에 스릴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서 그렇겠지만 뭐니뭐니해도 행복한 왕자의 따스한 이야기의 오스카 와일드가 이런 작품도 쓰다니!!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