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1~6권 세트 - 전6권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외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낯선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주눅이 들면서도 도저히 이 학문만은 따라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겨우겨우 한 학기를 보내고 드디어 잠시 쉴 시간이 생겼다. 방학내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조차 없이 다음 학기 아니 이번 학기의 복습만을 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에 큰 마음을 먹어 <신>을 읽기도 했다.  

책을 안 읽은지 벌써 3개월이 훌쩍 지날 동안 내 방에 훌쩍 쌓인 책들 대부분이 당일배송을 받아놓고도 결국은 경비실에서 일주일간을 묵혔다 찾아온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드는 책들이 대다수였다. 그렇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책들 중에서도 <신>을 읽기로 마음 먹은 건.. 아무래도 얘가 제일 오래 경비실에 머물렀기도 하고, 단 한 편의 이야기만을 읽을 수 있다면 6권이나 되는 이 책을 읽는 것이 제일 보람차기도 할 것 같아서였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도 신간을 좋아하던 내가, 어쩐지 "신"만은 출간되었을 때부터 조금씩 미루었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들의 아버지>와 <뇌>를 빼곤 제대로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이 없고, 제3부작까지 모두 출간되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1,2권이 정가제free가 되어서인지 다른 선택을 할 필요도 없이 바로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펼친 <신>의 이야기는.. <타나토노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 연장선 상에서 모험을 하고 있는 미카엘 팽송의 또 다른 이야기였기에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죽음이후의 세계를 여행하는 인간에서, 한 인간의 수호천사가 되었다가 드디어 신의 세계에 들어선 미카엘이 자신의 친구인 프레디와 라울을 만나고, <나무>에서 얼핏 만났었던 신들이 인간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을 수업으로 배우는 모습에 반가움을 느끼며 읽게되었다. <신>의 묘미라면, 미카엘 팽송의 이야기라는 점도 있겠지만 뭐니뭐니해도 고흐나 고갱, 프루동과 생떼쥐페리, 마타하리와 마릴린 먼로등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는 실존 인물들과 그리스의 12신의 등장이다.. 

그들의 특성을 지니면서, 베르베르의 상상력으로 살짝 바뀐 인물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읽는 책임에도 한장한장 천천히 읽으며 팽송과 함께 모험을 하게 되었다. 익숙한 그리스로마신들이 수업을 가르치고, 반신인 판과 켄타로우스가 등장하는 신의 세계에서도 모험을 갈구하는 팽송과 라울과 함께 제우스가 있는 올림푸스로 향하게 되었고, 불사신인줄로만 알았던 신들을 누군가 살해하는 것을 보며 범인이 누굴까 한참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무>에서 맛보았던 신들이 인류를 탄생시키고, 지금 우리의 지구와 같은 역사를 만들어가는 모습에도, 그런 역사를 바탕으로 유토피아를 만들려 했음에도 결국엔 폭력이 이기는 세상의 역사를 반복하는 모습과 여전히 TV를 통해 자신이 예전에 보살폈던 지구의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팽송의 모습과 팽송의 사랑을 갈구하며 그가 자신을 사랑하게 하면서도 그를 사랑하지 않는 듯한 아프로디테의 모습 등등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치는 이야기들이 아니었다. 

그래서 신이 된, 아니 아직 신후보생이었던 프루동이 끔찍한 벌의 일종으로 자신이 다루던 18호 지구에 갔을 때만 해도, 똑같이 살인이라는 죄를 저질러 미카엘 팽송이 18호 지구에 떨어졌을 때만 해도 정말 흥미진진했고, 올림푸스보다 더 높은 신비의 산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사람의 기대를 한껏 끌어올려놓고는 뭔가 조금은 아쉬운 듯한 결말에 살짝 힘이 빠져버렸다. 어찌보면 베르베르의 독특한 철학관을 볼 수 있었다고 좋아했을지도 모르지만, <타나토노트>에서 미카엘 팽송이 너무 많은 호기심으로 인해 신들(아님 천사들)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던 것처럼 뭔가 다른 방식으로 결말이 날 것이라고 예상을 했던탓인지  <독자>라는 결말은 아직도 받아들 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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