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있을 나의 죽음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길....

애도하는 사람
텐도 아라타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세상에는 아니 우리나라만해도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가 일어나고, 그 사고로 인해 하루에도 수십명씩 죽고있다. 때론 강도에 의해, 때론 교통사고로, 때론 병으로.. 어차피 모든 사람은 죽기마련이니 인생이 의미있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꿈꾸던 이루었고, 지금 죽어도 하나 아쉽지 않을때의 죽음이 아닌 불의의 사고로 갑작스레 죽었다면 그 죽음은 가족과 친구들에겐 큰 충격일 것이다. 하지만 같은 하늘아래 살고 있는 우리에겐.. 그저 아무 상관없는 죽음내진 알지도 못한채 지나가는 죽음이다..    

오죽하면 나영이가 무참하게 성폭행당했고,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그 어린아이가 신고하여 겨우 살았음에도 나영이라는 이름보단 그런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조두순이란 이름만을 기억하며, 여러명의 여성이 살해당했고, 그 사실마저도 늦게서야 밝혀졌음에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강호순의 이름이, 사람을 살해하고 식인행동을 한 지존파니 유영철이니 하는 가해자와 무참히 저질렀던 사건만을 기억할 뿐 피해자가 누군지는 알지못하고 있다.. 왕따를 당해 자살을 해도 자살을 한 아이에게 그걸 못버티냐는 어이없는 소리만을 하고, 유흥업소에 다니다 살인을 당하면 처신이 바르지 못했다느니 하는 피해자의 가족을 다시 한번 상처받게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즈토의 삶에 감사를 느끼게 되었다. 그 누군가는 잊었을 죽음을 기억하며, 명복을 비는 것이 아닌 자신만은 기억하겠다며 그 사람을 사랑한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이 사랑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며 애도하는 삶은 누군가가 보기엔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죽음으로 인해 잊혔던 사실을 상기시켜주며 조금이나마 그 사람의 가족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을 보며 이런 삶을 사는 시즈토에게 감사하며, 언젠가는 이런 사람이 실제로 있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다른 사람들에겐 낯설은 삶이기에 가족마저도 미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 다른 사람들에겐 하나의 흠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자극적인 기사만을 써대던 기자 마키노 고타로의 마음을 서서히 움직여줬고, 출소를 한 후에도 마음이 무거웠던 유키요에게 안정을 찾아주었으며 몇몇 사람들에게 평온을 가져다 준 시즈토의 삶.. 한편으론 언제나 자신을 믿어주었던 어머니 준코의 곁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 아쉽고, 죽음이라는 것에 물들어 동생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해주었던 것이 안타깝기는 하다..  

암으로 몇개월 남지 않은 삶을 살며 아들을 기다리고 있는 엄마와 임신을 하여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려는 동생, 그리고 부인과 함께 세상을 떠나려하고 있는 아빠와 그런 자신의 가족들에게 친아들처럼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레지가 얼마나 애를 쓰며 삶을 살고 있다는 것도 모른채, 아니 집으로 한번 찾아와주었으면 하는 전갈도 장난으로 치부한 채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시즈토에게 약간의 서운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래도 더 많은 사람의 삶을 기억해주는 시즈토같은 사람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언젠가 내가 죽으면 병사를 하고, 천수를 누린 후 죽었더라면 가족과 친한 친구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겐 아무 의미도 없을 것이다.. 만약 졸음이나 과속, 혹은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로 인해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나쁜 소리를 들어가며 잘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을테고, 누군가의 실수로 인해 혹은 누군가의 악의에 의해 죽었다면 가족과 친구들은 나를 그리워하며, 타인들은 그저 세상에 일어나는 범죄의 내용만을 기억하다 어느순간 잊히게 될 것이다.. 그럴때 나의 죽음을 기억해주고, 애도해주는 시즈토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