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속물들
오현종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본드걸 미미양의 모험>이란 책이 몹시 끌리긴했지만, 아직 없는 책과 이미 오래전에 나온 책보단 신간과 좋아하는 책을 읽다보니 아직 읽을 기회가 없었다.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책이었음에도 계속해서 미루었던 것과는 달리 그 책의 작가인 오현종작가님의 신간인 <거룩한 속물들>이란 냉큼 사버렸고, 집에 쌓여있는 수십권의 책을 제치고 정말 많이 기대를 하며 읽기 시작했다. "본드걸 미미양"이라는 독특한 주인공처럼 뭔가 번뜩이는 것이 있을거라 기대하게되었던 <거룩한 속물들>이란 책은 너무나 현실적이면서도 나도 피해갈 수 없는 속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가난하지만 다른 친구들사이에서 기죽기 싫어 수입생수병에 계속해서 정수기물을 받아마시고, 2개의 과외를 해서 번 돈을 먹을 것에 쏟아붇는 기린이나 자신에게 명품선물을 주는 남자들을 몇개월사이에 갈아치우는 지은이나, 할아버지의 재산을 노리고 싸우는 친척들틈에서 역시 돈을 밝히며 기린의 행동을 비웃는 명.. 세 명의 친구는 단짝같으면서도 학교에서, 점심시간 외엔 연락도 잘하지 않는 친구들이었다. 일명 고상한 속물 명과 속물 지은, 그리고 비루한 속물 기린까지,,  

누구에게 뒤쳐지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학교에서 쓸쓸히 있기는 싫고.. 그래서 서로에게 자신의 비밀과 부족한 점은 가린채 만나는 그런 친구 아닌 친구들의 모습의 기린, 명, 지은의 모습은 그리 낯설지가 않았다. 우리도 자신의 필요에 의해 내 취향이 아니지만 겉에서는 웃으며 친하게 지내고, 뒤에선 싫어하는 친구도 있고, 자신의 좋은 점 그리고 자랑할만한 점만 이야기할 뿐 치부는 드러내지 못한채 혼자 고민하기도 하니 말이다.  

더욱이 사회가 그런 쪽으로 점점 변해만 가는 것 같다. 친척과 친구들이 축복해주는 결혼식은 번듯이 보이기 위해 호텔에서 해야만 하고, 남들에 보이기위해 차는 뭐이상이여야 한다느니, 명품가방은 하나이상있어야하고, 조금이라도 더 이뻐보이기 위해 성형수술을 해야하는 세상이다.. 예전엔 쌍꺼풀수술을 한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쌍꺼풀과 코수술은 거의 기본이고, 루이비통의 가방이 3초마다 보이는 백이라 지칭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개성보단 많은 사람들의 안목을 생각하는 세상이 된 지금, 나 역시 속물이 되어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기린과 명, 지은처럼 그렇게 외따로 노는 친구들을 지닌 건 아니지만, 그녀들처럼 그렇게 누구에게 의존하고 붙잡아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에게 아무런 이득없는, 절대 도움이 되지않는 친구보단 나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친구들을 사귀려고 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고려하며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중고등학교때와는 달리 이미 세상의 때에 묻어 속물로 되어가는 내 모습에 조금은 창피하기도 하다.. 세상이 그렇게 만든다지만, 친구마저 그렇게 사귀어야 하고, 서로 의지하며 도움을 줘야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려는 쪽으로 행동하는 나 역시 세상을 더욱 삭막하게 만들고 있으니..  

이 책을 읽으며 더 이상 속물이 되지않기를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기린처럼 비루하지만 속물이 될 수 밖에 없고, 노력하지만 토란처럼 TV로 피신할 수 밖에 없는 이 현실 속에서 과연 그런 노력이나 할 수 있을지가 걱정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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