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 위의 식사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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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끔찔끔 읽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 탓에 연재물로 올라오던 당시, <풀밭 위의 식사>를 읽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만화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결말이 궁금해 앉은 자리에서 끝을 보려는 성격이니만큼,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만큼 이 책이 출간되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마네의 숲 속에서 벌거벗은 여인들과 식사를 하는 남성들의 모습을 그린 <풀밭 위의 점심식사>를 떠올리게 하는 듯한 제목과 그런 것을 유도하는 듯한 표지, 조금은 경쾌한 이야기를 기대하며 읽은 나를 뒤통수 친 이 책은 "연애소설"이었다. 

그것도 그냥 "연애소설"이 아닌 친척들간의 사랑, 그래서 나는 이해할 수 없던 사랑 아닌 사랑이었다. 강주는 엄마의 사촌언니의 아들이니 외증조부가 같은, 한마디로 누경과 육촌사이의 친척이었다. 법적으로 친가는 8촌, 외가는 4촌만 친족이라 하더라도, 외갓집의 육촌친척도 친하게 지내는 경우도 많고, 누경과 강주도 결국은 사촌자매들끼리 친해서 자주 만났던 사이니만큼 내기준으론 그 둘 사이에 사랑이라곤 있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은 사랑을 하고, 육체를 섞는다. 그 뿐이라면 다행이지만...사랑엔 국경도 나이차도 없다지만 둘 사이의 나이차는 20살이 넘는듯 하며,게다가 강주는 아내가 있고, 누경도 강주에게 아내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그 둘은 서로를 그리워하고, 그런 이야기를 전경린작가님은 잔잔한 문장으로 조금은 그들의 사랑을 미화시키는듯한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잘못된 사랑의 애달픔을, 기현의 사랑을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머리 속에는 "육촌사이의 친척이, 그것도 불륜을 저지르는게 사랑은 아닐텐데.."라는 생각이 가득하여 다른 이야기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강주를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 치마를 사달라고 했던 누경이나 누경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아내와는 헤어지지 못한채 남들 눈엔 자상한 남편으로 보일정도로 아내를 돌보는 강주나 서로에게 집착을 하며, 사랑도 아닌 것을 사랑이라 믿으며 서로에게 불행이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12살, 스물이 훌쩍 넘은 친척오빠를 보고 자랐고, 16살 그 오빠의 결혼식을 보고나서도 그 오빠를 사랑하게 되는 것도 이해가 되지않지만, 한 때의 풋사랑으로 지나치는 사랑이라 생각하지않은채 그 사랑을 오래도록 간직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이나 어느것하나 이해되지않던 사랑이 누경과 강주의 사랑이었다.. 

그래도.. 남들이 보기엔 불륜이라지만, 결혼을 한 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불륜을 저지르거나, 혹은 남편이 또는 아내와의 별거 중에 저지르는 불륜이나 스물, 서른씩 차이나는 커플의 사랑도, 언니가 죽은 뒤 함께 지내다 형부와 처제의 사랑도 이해하겠지만... 누경과 강주의 사랑은 아무리 봐도 이해가 되지않았고,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겐 정말 재미없는 책이었다... 역시 나에겐 이런 사랑타령을 하는 소설보단,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소설이나 현실을 비웃는 블랙코미디, 또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판타지소설이 더 어울린다는 것을 새삼 깨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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