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라는 전차를 타고간 극락에서 만난 절망..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1
테네시 윌리암스 지음, 김소임 옮김 / 민음사 / 2007년 11월

온다 리쿠의 <초콜릿 코스모스>에서 쿄코가 연기하는 블렌치를 보며, 한번쯤 직접 연극으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두운 곳에서만 머물며, 한때는 양가집 규수였지만 어느새 타락하게된 블렌치의 광적인 모습을 연기하는 쿄코를 보며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란 연극이 실제로 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실제 그런 연극과 극본이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 책이 있는지, 그런 연극이 있는지 찾아보지도 않았었다. 그리고 이 책을 발견한 것도 정말 우연이었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책 중에 관심가는 책을 꼽던 중,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라는 제목이 보였다. 어찌나 <초콜릿 코스모스>를 재밌게 읽었던지, 읽은지 벌써 1년이 넘었지만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바로 이책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장면에서 블렌치를 봤지만 그녀의 모습에 반해서인지 이 책을 택배로 받는 순간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블렌치라는 이름이 "블랑시"로 바뀌어있고, 한 남자가 찾아와 그녀를 궁지로 몰아가는 장면에서 그가 누구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정말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동생 스텔라가 사는 "극락"이라는 곳에 도착하는 블랑시의 모습에서부터 그녀의 몰락이 보이는 듯 했다. 연기를 하는 모습의 쿄코를 묘사하는 덕분에 <초콜릿 코스모스>의 블렌치가 좀 더 격렬한 모습의 인물이었다면, 내가 직접 상상하는 블랑시의 모습은 그보단 조금은 여리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과거의 영광만을 생각하는 조금은 수동적인 모습이었다. 

자신의 제부 스탠리에게 못된 소리를 하기도 하고, 스텔라에게 불평하며 과거의 모습만을 떠올리며, 히스테릭한 모습을 가끔씩 보이는 블랑시.. 그녀의 과거를 알기전엔 그녀를 동정할 순 없었지만, 어린 소녀때 입은 상처로 계속해서 남자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그녀의 모습을 동정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녀가 어린 시절 그런 상처를 받지 않았더라면, 아니 약간 천박할 수도 있지만 스텔라를 사랑하는 스탠리처럼 블랑시만을 끔찍히 사랑해주고 위로해주는 사람을 일찍 만났더라면 그년 그런 절망속으로 빠지진 않았을텐데..  

오히려 자신의 상황에서 벗어나 자신만이 꿈꾸던 세계 속에서 살고,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끔찍히 싫어 어둠 속에서만 살며 과거의 부유한 생활을 그리워하는 삶 속에서 블랑시는 극락이라는 곳에서 절망을 느끼고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사랑해줄 것만 같았던 사람에게 다시 한번 버림을 받음으로써 스스로 정신을 놓아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극한의 상황으로 블랑시를 밀어넣은 스탠리의 파렴치한 행동에 그에게도 어떤 불행이 있기만을 바랬는대,.. 오히려 스텔라와 잘 사는 스탠리의 모습에 블랑시가 더욱 불쌍하게만 보였다.. 

어떻게 보면 그다지 새롭지 않은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한 여자의 몰락, 그리고 다른 책에서 만난 블랑시의 모습때문인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라는 연극을 통해 블랑시의 모습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말 행복하게도, 연극열전3의 네번째 작품으로 그것도 배종옥의 연기로 블랑시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책 속의 블랑시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되는데, 배종옥이 그려내는 블랑시는 어쩔지, 정말 기대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