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영웅전설 - 제8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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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자살하려는 이유를 알지못하도록 슈퍼맨의 복장을 하고 건물에서 떨어지던 순간 우연히도 그 시각 한국을 지나가던 슈퍼맨에 의해 살아났고, 그를 보며 영웅이 되기를 꿈꾸며 결국엔 바나나맨이 된 한 인간의 서글픈 인생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돈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배트맨과 국가기밀로 탄생하는 아쿠아맨, 그리고 평범한 인간이 영웅이 되어 배트맨의 보조역할이나 하는 로빈, 그리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사람들을 구하는 영웅이지만 미국인의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편협한 슈퍼맨이라니.. 그동안 영화와 만화로 이들을 만나고, 이들의 영웅적 행동에 열광하며 그들처럼 특별한 능력을, 특별한 능력을 스스로 가질 수 있는 부를 가지길바라던 내가 부끄러워질정도였다.  

   
 

"넌 미국인이 아니기 때문이야." 슈퍼맨이 얘기했다. 

"그럼 미국인이 될 테야." 내가 소리쳤다. 

"소용없어." 다시 슈퍼맨이 말을 이었다. 

"그런다 해도 넌 백인이 아니니까."

 
   

어릴 때부터 영웅들을 봐왔고, 영웅이 되길 꿈꾸는 소년에게, 그것도 슈퍼맨 자신이 구했고, 자신이 보호해온 아이에게 백인이 아니기때문에 영웅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슈퍼맨의 모습은 만인을 구해온 정의의 사자가 아닌, 그저 백인인 한 사람으로서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래봤자 자신도 미국의 백인부부에 의해 자라긴했지만 크립턴이라는 행성에서 온 백인을 가장한 미국인일뿐이면서 영웅은 백인미국인이여야만한다고 이야기를 하는지..  

그래도 슈퍼맨은 그저 영웅이 될 수 없다고 이야기해줄 뿐, 배트맨처럼, 아니 배트맨이란 이름이 아까운 브루스 웨인이 어마어마한 부로 세계를 좌지우지하고, 자신의 통치력을 보여주기 위해 마운트라는, 다른 사람에겐 정말 모욕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보여주는 그런 악당은 아니었다. 영웅의 이름을 빙자하여 영웅들의 세계역시 썩어빠졌음을 보여주는 악당인 배트맨이라니.. 그리고 그의 부로 평범한 인간이었던 로빈이 영웅이 될 수 있었고, 그 대가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를 보니 영웅이라는 것이 그리 좋지 않음을, 영웅이라고 마음까지 착한 영웅이 아님을 보며 정말 혼란스러웠다.  

세계의 영웅이 아닌 그저 미국의 이익을 위해 활동을 하는 영웅들을 바라보며 열광하는 우리라니.. 이제껏 그저 영웅의 모습에 열광을 하던 내가 부끄러울 정도였다.. 왜 우리는 미국의 영웅을 보며 열광을 해야만하는지.. 우리나라엔 그런 영웅이 없는지 생각을 하게될 뿐이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미국의 어이없는 사고방식이 가득한 영화를 보며, 바나나맨처럼 겉은 노랗지만 속은 하얀 미국인아닌 미국인이 되어가는 모습에 씁쓸할 뿐이었다.  

역시나 박민규만의 상상력이 가득했던 <지구영웅전설>.. 다만 바나나맨이 그렇게 고생을 하며 포즈를 익혔고, 첫번째로 맡은 임무가 그저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사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창피함을 무릎쓰고 원더우먼의 탐폰을 사러다니며 노력한 것과는 달리 어느 날 그저 한국이란 나라의 정신병원옥상에서 발견되었고, 평범한 한국인의 모습으로 살아가게되는 결말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다시한번 미국이란 나라에 대해, 너무나도 친숙한(아쿠아맨은 정말 처음으로 듣는 영웅이었지만..) 영웅들의 모습을 통해 볼 수 있던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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