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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ㅣ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박종대 옮김 / 이레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명의 작가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나는 것은 운명과도 같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책 중에 문득 눈에 띈 책으로 만나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운명같은 만남이 없더라도 우리는 좋은 작가를 손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영화를 통해, 수없이 각색되어 우리곁으로 다가온 드라마를 통해, 세상에 수도 없이 많은 OO문학상수상작이라는 이름으로.. 베른하르트 슐링크가 딱 그런 식의 작가였다. 운명처럼 매대에 놓여진 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케이트 윈슬렛이 찍은 영화 <더 리더>를 보기 전 원작이 있다는 이야기에 읽게되었고, 단 한권의 책과 단 한편의 영화로 난 베른하르트 슐링크에게 반해버리고야 말았다. 자극적인 언어가 없어도 한 사람의 심리에 대해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것에 푹 빠져버리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글은 언제나 기대된다. 조금은 어렵고, 너무나도 쓸쓸한 모습의 이야기에 조금은 진이 빠지는 듯 해도 그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던 <다른 남자>도 단지 그의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읽었고, 이번 <귀향> 역시 그의 책이라는 사실만으로 선뜻 손이 가게 되었다. 누가 나오는지, 어떤 이야기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 <귀향>을 샀지만, 읽기 전 조금의 배경지식이라도 얻을까 싶어 버릇처럼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전 옮긴이의 말을 뒤적거리던 중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는 독자를 꾸짖으며 "그냥 소설 속으로 풍덩 빠지라"는 이야기에 흠칫 놀라 얼른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려고 노력을 했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도 너무나도 잔잔하고, 그저 한 소년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지내며, 어떤 한 이야기에 집착을 하기 전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그려내고 있기에 쉽게 이야기세계에 파묻힐 수가 없었다. 때로는 다른 책 생각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다시 옮긴이의 말이나 인터넷 서점의 책소개를 읽을까 고민을 하며 천천히 천천히 한문장 한문장을 곱씹을 뿐이었다.
아버지가 없는 소년이고 자신에게 아무것도 바라지도 않는 어머니와 그저 방학에 조부모님의 댁에 찾아가며, 연습장으로 쓰던 이면지에 담긴 한 소설에 푹 빠져 나름대로 각색을 하기도 하고, 읽지 못한 이야기의 부분을 읽기 위해 조부모님의 방을 몰래 뒤지며 그렇게 자랐다. 여자친구의 아들을 아버지처럼 챙겨주기도 하고, 때론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도 모르는 채 그저 포기하며 자신의 마음을 숨기며 살던 페터.. 그런 그가 자신의 인생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아버지의 이야기에 궁금증을 갖고, 아버지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 한발자국씩 나가기 시작했다.
때론 얼굴도 모르는 헤어진 여자친구의 언니를 찾아가기도 하고, 아버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는 어머니에게 한 마디라도 듣기 위해 노력하며, 우연히 받은 책의 저자를 아버지라 확신하며 그를 만나러 가고, 그에대해 더 알기위해 사소한 거짓말도 하고, 때론 모험을 하기도 했다. 어머니를 버리고, 자신에게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들어준 아버지가 아닌, 자신에게 있어 시작을 찾기 위해 그렇게도 아버지에 대해 찾고자 했던 페터였다. 그런 그가 결국 아버지라는 실체를 만났고, 아버지에 대해 알게 됨으로써 실망을 하는 모습엔 안타까움도 느껴졌지만 결국 자기자신이라는 모습을 찾게되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다..
결국 우리는 부모님에 의해 태어나고 자라지만, 부모님이라는 존재에 의해 결정되어지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의 삶이 있는 사람이고, 그 무엇보다도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페터도 결국 아버지의 뒷모습을 쫓는 것이 아닌 남겨진 자신의 자아를 찾기 위해 그토록 방황을 했듯, 우리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 자신을 찾기뒤해 방황을 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