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의 밤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폴오스터의 책을 접한 뒤, 아직 읽지 않은 그의 작품에 대해 끝없는 열망이 생겨버렸다.. 다음 책에선 또 어떤 이야기를 할지, 또 어떤 영화의 시나리오일지, 혹은 그의 어떤 모습이 드러날지, 또 그의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 혹은 작가가 등장할 지가 궁금해 그의 책을 안읽고는 못배길 정도였다... 그래서 매일매일 폴오스터의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1주일에 한권정도의 책을 읽고 있다..  

얼마전 읽은 <기록실로의 여행>, <거대한 괴물>, <공중곡예사>와 <고독의 발명>, 그리고 <오기렌의 크리스마스>까지.. 하나같이 만족스럽고, 하나같이 흥미롭던 이야기여기에 이번 책도 보자마자 "폴오스터의 책"이란 것만으로 기대하게 되었고, 기대보다도 훨씬 더 만족스러웠다.. 

이번 주인공도 작가였고, 예전 그의 작품에서처럼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거기다 한 술 더 떠 이야기 속의 이야기 속에도 책이 등장하여 총 3편의 이야기를 한 편의 책으로 몽땅 만날 수 있었다.. 가끔은 이게 폴 오스터의 이야기인지, 시드니 오어의 이야기인지 헷갈리기도 했지만 어떤 어려운 문장도 없고, 너무나 환성적인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우연히 산책나간 길에 필기구를 파는 가게를 발견했고, 거기서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파란 노트를 발견하여 다시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시드니 오어와 편지를 붙이러 밤에 나간 뒤 우연에 의해 죽을 뻔 한 뒤 다른 곳으로 훌쩍 떠나 버린 닉 보언 모두 "우연"에 의해 인생이 바뀌었다. 만약 오어가 그 아침 산책을 하지 않았더라면, 산책 도중 우연히 그 가게를 발견하지 않았고, 그 푸른 공책을 사지 않았더라면, 우연히도 간 술집에서 다시 장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닉 보언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닉 보언이 <신탁의 밤>이란 책을 들고온 로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밤에 편지를 보낸다고 나가지않았더라면, 마침 그 시간에 출발하는 비행기가 캔자스시티가 아니었더라면, 바지에 구멍만 나지 않았더라면 깜깜한 방에 갇히지도 않았을 것이다. 

 뭐 닉 보언의 삶이야 시드니 오어에 의해서 만들어졌고, 시드니 오어의 삶이야 폴 오스터의 마음대로 만들어진 삶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삶은 우연에 의해 모험을 경험하고, 시련을 겪고, 그렇게 인생을 살아갔다.. 만약 그들이 그런 시련과 고통을 겪지 않았더라면, 그들의 인생은 무미건조하고, 지루한 그런 삶이 되었을테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의 고통과 사랑에 대한 흔들림으로 끊임없이 고통스러워하고, 사건에 휘말리며, 당장은 힘겹지만 재미난 인생을 살고 있었다.. 

특히 이 책의 주인공이 시드니 오어보다, 시드니 오어의 책의 주인공인 닉 보언의 삶이 더욱 궁금했다.. 시드니 오어에 의해 캄캄한 방에 고립된 채 있는 닉 보언은 과연 탈출했을까, 아니면 약간의 빛과 음식밖에 없는 그 곳에서 서서히 목숨을 잃어가며 무엇을 할지, 훌쩍 그가 자신을 버렸다는 것을 알게된 아내와 갑작스런 그의 사랑고백에 그를 찾아 쫓아온 로사는 결국 그를 찾을지가 궁금했는데.. 그의 이야기는 그를 어떻게 탈출시킬지를 고민하다 결국 방도를 찾지 못한 시드니 오어에 의해 갑작스레 끝이 나 정말정말 아쉬웠다.. 닉 보언과 로사, 그리고 그의 부인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그나마 다행히도 폴 오스터의 주인공 시드니 오어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파란 노트와의 인연을 끊기 위해 노력하고, 아내를 잃지 않기위해 노력하고, 뜬금없이 아니 어쩌면 그렇게 되기 위해 첫 언급이 희미했던 것이기도 했지만 제이콥에 의해 아이를 잃는 시련을 겪으며 우연에 의해, 운명에 의해 정해진, 그리고 그의 상상과 현실이 섞여 무엇이 이야기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그런 결말을 맞이했다.. 조금은 시드니 오어가 안쓰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결국 그가 극복해나갈 것이 분명한 일이기에 그가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던 이야기였다... 

이 책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한가지 또 얻은 것은 <몰타의 매>라는, 시드니 오어가 자신의 이야기에 응용한 플리트크래프트의 일화가 담긴 책이었다.. 우연히 떨어지는 돌에 의해 죽음을 맞이할 뻔한 사람의 이야기가 닉 보언과는 다르게 어떻게 진행될 지가 너무나도 궁금해지는 이야기다.. <몰타의 매>도 열린책들에서 출간돼었던데.. 지벵 남아있는 한 권의 폴 오스터의 책을 더 읽은 뒤 얼른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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