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테스크한 이야기와 사진의 절묘한 만남..

99 -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
김탁환.강영호 지음 / 살림 / 2009년 11월

이름이 낯익다 싶었지만, 김탁환작가님이 어떤 책을 썼는지 굳이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라는 부제도 그렇고, 첫 번째 이야기에서부터 강하게 느껴지는 그로테스크함과 환상과 현실을 절묘히 섞어놓은 듯한 이야기에 <절망의 구>(기억해보니 이건 김이환작가님 작품이다..)를 쓴 작가이거나 다른 환상문학단편집에서 만났던 작가 중의 한명의 이름일 것이라고만 어림짐작할 뿐이었다. 사진 밑에 쓰인 "강영호"라는 이름을 보기전엔 무라카미 하루키와 이토이 시케사토가 번갈아가며 쓴 <소울메이트>처럼 김탁환작가님과 강영호작가님이 번갈아가며, 한 주제에 대해 이어진 글을 쓴 이야기라고 내마음대로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어느것하나 내 어림짐작이 맞은 것은 없었다. 이전에 환상문학을 통해 만났던 작가님이 아니라 고종과 한국인 최초의 바리스타인 따샤의 이야기를 그렸던 <노서아 가비>를 통해 만났던 작가님이 김탁환작가님이었고, 사진 밑에 쓰여있던 것을 보며 설마라고 느꼈던 것처럼 작가님이라 생각했던 강영호님은 사진작가였다. 단 하나 내 어림짐작이 맞았던 것은 혹시 사진 속의 인물이 "강영호"는 아닐까라고 했던 추측 단 하나뿐이었다.. 대한민국의 무수한 영화 포스터를 촬영했고, 춤추는 사진작가이며, 자신을 찍는다는 것 등등 강영호사진작가님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김탁환작가님 역시 그의 작품 중 <노서아 가비> 단 한권만 읽었을 뿐.. 그의 작품 세계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 오히려 그들에 대해 알고 읽었다고 하더라도 이 책은 새로움과의 만남이었을 것이다. 하나같이 기묘하고, 그로테스크하며 잔인한 이야기에서는 김탁환작가님의 이전 작품의 느낌은 전혀 묻어나지 않으니말이다.. 도시 속의 괴물을 그리듯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내면 속에 또 다른 존재를 지닌 건축가와 밤이면 하늘을 날아오르는 반디불이인간, 나이를 잊은 채 살아가며 젊음을 시기하던 미란이와 단 한 명의 아이를 웃기기 위해 "강영호"에 물들어간 마임하는 어릿광대, 그리고 등에 날개가 돋은 알바트로스 인간, 가슴에 다른 사람의 얼굴이 생겨나는 기관사 등 말만으로도 충분히 기묘한 모습이고, 섬뜩한 모습이었지만 강영호사진작가님은 그 모습을 그대로 사진으로 보여주었다.  

확실히 사진을 바탕으로 글을 쓴 것과, 글을 바탕으로 사진을 찍은 다른 이야기들과는 달리 서로가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있어 서로 통하는 듯 보이던 이야기였고,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자체의 그로테스크함이 더욱 발했던 것 같다. 분명 우리의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딘가에 있을 법한 그런 괴물의 모습을 사진을 통해 만났기 때문에 이야기도 빛을 발하고, 단지 이상한 사진으로만 볼 수도 있을 그런 사진들에 하나의 이야기가 덧붙여져 있었기에 사진의  또 다른 면을 보게도 만드는.. 강영호님의 사진과 김탁환님의 글을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확실히 독창적인 시도로 보이는 그런 작품이었고, 딱히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새로운 장르로서의 도전으로 꽤 괜찮은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