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나토노트 1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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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가 언젠가는 죽는다. 갑작스런 사고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천수를 누리다 편안한 마음으로 조용히 잠을 자듯 죽는 경우도 있고, 자신이 저지른 악행으로 인해 사형을 당하거나 누군가의 악행으로 인해 처참하게 죽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동양이든 서양이든 그런 죽음으로 인간의 삶이 끝났다고 하지 않았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죽은 뒤에 자신의 행동에 대해 심판을 받고, 착한 일을 하면 천당으로 가고, 악한 일을 많이 하면 지옥으로 가 벌을 받으며, 몇몇 종교에선 전생에 업보에 따라 어떻게 환생을 하는지가 결정된다고도 말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어떤 종교를 가졌든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궁금해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죽음에 대한 궁금증과 알고자 하는 욕망에 의해 라울과 미카엘은 임사체험을 시작하고, 죽음 이후엔 어떤 세계가 있는지를 밝혀내고자 수많은 인간 기니피그를 통해 실험을 하였다. 그들 자신도 "인간 기니피그"라고 불렀듯 미지의 세계인 죽음에 대해 알기 위해, 더 이상 희망없이 감옥에서 평생을 살아가야하는 그런 무기수들을 실험쥐처럼 사용하여 실험을 했다. 마지막 마취제는 실험을 당하는 사람 본인의 손으로 직접하게 하여, "살인"이 아닌 "자살"의 형태로 보이게 하며 자신들의 손에는 그 어떤 것 하나 남기지 않으려 했던 라울과 그 일당들이었다. 

절박한 사람의 손에 죽음과 무기력한 삶이란 선택사항만을 주고는 그것도 선택이라고 당당히 이야기하는 자신들의 지식탐구에만 열중한 사람들.. 솔직히 그렇기때문에 라울의 실험이 실패하기를 바랬다.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통해, 죽음이란 것을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더 이상의 사람들을 궁지에 몰지 않기를 바랬는데..  

그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영계를 탐사하는 실험에 성공하였다. 그리 깊은 영계는 아니지만, 인간의 실험에 의해,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죽음을 맛보고 돌아온 사람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압박에서 벗어났고, 오히려 그를 계기로 수많은 나라와 종교인들이 서로 앞다투듯 자신들의 성과를 보이기 위해 무작정 영계를 탐사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더욱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자신들이 알아서는 안되는, 알지 못하도록 되어있으며, 몇몇 선택받은 자, 몇몇 깨달음을 얻은 자에 의해 사람들에게 경각을 주는 정도로만 알려져있어야 할 것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짐으로써 인해 세상은 더욱 큰 혼란에 빠져버렸다. 천사들이 인간의 선과 악을 평가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 악행점수를 쌓지 않기 위해 무조건 선행을 하려고 하고, 어차피 정해진 운명이라며 삶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게 되는 그런 세상..  

어릴적 금강산의 명경대에 대한 우리나라 설화를 통해 죽은 후엔 염라대왕앞에 가서 자신이 저지른 선과 악에 대해 재판을 받게 되며, 라자신이 저지른 악에 의해 지옥에 가는 일이 없도록 지상에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을 금강산의 명경대에 설치하였다는 것을 통해, 인간이 자신의 죄를 이승에서 먼저 알게되므로 세상이 더욱 살기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금강산의 명경대와도 같이 자신의 업보에 따라 심판을 받게된다는 것에 대한 라울과 미카엘이 가져온 영계에 대한 지식은 세상을 살기좋은 곳으로 만들기보단 세상을 더욱 혼란으로 빠뜨렸다.. 

인간이 무지에 의해 실수를 하고, 성찰과 반성을 통해 자기계발을 하던 옛날과는 달리 무조건 실수와 잘못을 하지않으려고 인위적인 삶을 사는 그런 어처구니 없는 세상은 단 한번뿐의 삶이라 생각하며 소중히 여기던 것을 그저 수많은 삶 중에 하나일 뿐인 것이라고 만들었으니.. 미지의 세계에 대한 지식의 탐구를 시작으로 하였지만 라울과 미카엘은 그 누구보다도 세상을 살기 힘들게 만들었다.. 차라리 몇몇 인간 기니피그를 잃었을 때 멈췄더라면 좋았을 것을...  

조금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고, 정말 뛰어난 이야기라고 찬사를 보낼 수도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나토노트>.. 과학이 발전하기 전이었더라면 벌써 죽었을 사람을 과학과 기술의 힘으로 안간힘을 다해 붙잡고 있는 요즘..인간은 누구나가 겪을 죽음에 대해, 그리고 단 한번뿐이라 생각되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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