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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바이올린
조셉 젤리네크 지음, 고인경 옮김 / 세계사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매력적이며, 바이올린 연주실력도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천상의 실력을 지닌 아네 라라사발이 공연도중 목숨을 잃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연주를 듣기 위해 관객석을 채웠고, 그녀의 바이올린 소리에 음악이 끝나기도 전에 박수갈채를 보내며 다음 음악을 기다리고 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아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가 갖고 싶어하는 그녀의 스트라디바리 역시 사라져버렸다.
경찰들은 그녀의 몸에 씌여진 아랍어를 바탕으로,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녀의 사체를 검시하여 사인을 밝혀내고 주변 사람들을 탐문하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악마와의 계약을 통해 천상의 악기연주실력을 갖게되며 그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이 여럿이라는 소문이 있던 악기였기에 누군가 그녀의 수십만유로를 호가하는 스트라디바리를 훔치기 위해, 또는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살해하였다기보단 아네 또한 천상의 솜씨를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판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만 살해를 당했더라면 그 의심은 어느새 사라졌겠지만 우연과도 같아보이는 몇 건의 사건은 그런 의심을 더해만 갔다. 사건을 맡은 살바도르 경위가 누군가가 설치한 폭탄에 의해 살해당했고, 아네의 악기를 손보았던 루폿이 믿기 어려운 사고로 인해 어이없이 죽게되었고, 페르도모경위는 사건현장에 다가가려하다 어떤 개에 의해 죽을 뻔 했으며, 그의 아들 역시 불의의 사고로 심하게 다칠 뻔도 했다. 게다가 아네가 죽은 뒤부터 유령 혹은 악마같은 존재를 몇몇 사람들이 느끼기 때문에 "악마"에 의해 사건을 파헤치려는 사람들이 죽게되는 것이라고 확신을 하게되었다.
아네는 악마와의 거래로 천상의 연주실력을 갖게되었음에도,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주 도중 바이올린을 놓치는 실수를 했기에 완벽을 추구하는 악마에 의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만 생각하며 사건에 점점 다가가는 페르도모 경위 역시 살바도르처럼 조만간 죽음을 맞이할 거라 생각하며 읽었는데.. 예상과는 다른 전개에 점점 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스트라디바리가 악마의 악기같은 면모를 지닌 것 같기도 하고, 엄청난 우연에 의해 사건이 연속해서 발생하는 것도 같은 상황 속에서 한 인간의 자만심과 욕망에 의해 만들어진 사건이 바로 아네의 죽음이었다.. 인간에게 있어 돈과 권력, 그리고 명예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욕구이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악마에 영혼을 판 것처럼 나쁜 짓을 일삼았고, 그로 인해 세계에서 유명한 보석들이 수많은 인간의 피로 물들었던 것처럼 아네 라라사발도 수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스트라디바리에 의해, 그리고 연주실력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만약 인간에게 끝없는 욕망이 없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텐데..
사건의 중심에 있는 악마의 스트라디바리는 인간의 욕망을 무한정 끌어내어 죽음을 불러오는 존재인지, 아니면 우연과 인간의 욕망에 의해 악마의 악기로 불리우는 것인지 그 정체를 도무지 알 수가 없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