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 / 들녘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이지 나이가 먹긴먹었나보다. 예전에는 이런 내용을 보더라도 별 감정이 없었다. 다만 읽으며 조금 눈살을 찌푸리는 정도였고, 읽고나서도 그다지 찝찝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하지만 오늘 이 책을 읽은 뒤 나에게 남은 것은 찝찝함과 두려움뿐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처럼 끝까지 작가가 범인을 알려주지 않아서 찝찝한 것과는 달리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은 불쾌하게도 찝찝한 기분이 남는 그런 이야기였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이 책에 높은 평점을 준것과는 달리 난 두 번은 읽지 않을 것 같은 그저그런 이야기였다.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결석한 친구에게 유인물과 숙제를 가져다 주러 갔다 죽은 친구의 모습을 봤다는 설정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아무리 이야기라지만, 평범한 죽음이 아닌 자살한 듯한 모습의 친구를 본 후 그 아이가 강한 트라우마에 휩싸여 제대로 자라지못할텐데.."라는 생각을 하게되어서인지 우선은 아이가 누군가가 죽는 장면을 목격하는 설정은 끔찍히도 싫어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처음부터 나에겐 좋지 못한 인상의 책이었다. 

그리고 소아성애를 지닌 성도착자가 등장한다는 사실도 싫었다. 요즘 세상이 점점 이상해지다보니, 아니 원래 예전에도 어린 아이를 좋아하고, 어린 소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있다. 하지만 하필이면 그 소아성애자가 초등학교 교사일 것은 뭔가!! 매일매일 아이들을 가르치고, 제대로 된 관념을 가르쳐야하는 교사가 소아성애자이고, 자신의 학생을 건드리다니.. 정말이지 부모가 알게된다면 미치고 팔짝 뛸 이야기가 아닌가.. 성적으로 취향이 다양하고, 때론 사회적 관념에 의해 이해받지 못하기도 하지만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미치오의 엄마는 무슨 이유때문인지 미치오의 동생 미카에게만 온 정성을 쏟을 뿐, 미치오에겐 화를 내고 소리만 지를뿐이었다. 이야기를 읽고나서 엄마의 행동이 겨우겨우 이해가 되긴 했지만, 엄마의 그런 행동에도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하는 아빠의 모습과 함께 미치오를 더욱 불쌍하게 만들었다..  

분명 아이가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하는 이야기는 많다. 온다 리쿠의 <네버랜드>에서도 자신의 엄마의 죽음을 본 아이가 그로 인해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내내 자신에 의해 엄마가 죽었다고 기억하며, 언제나 괴로워하는 모습도 있었고, <굽이치는 강가에서>도 가스미가 겪은 엄마의 죽음과 장난과 사고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을 죽인 소녀와 그 죽음을 목격한 소년도 너무 어려서 어른이 되어버린 이야기였다. 게다가 꼭 소설속에서만 등장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어린 아이가 시체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고,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하는 일도 있다.  

그리고 병적인 소아성애나 성도착자가 등장하는 이야기들도 많다. 고전이 되어버린 <롤리타>도 그렇지만, <네버랜드>에서도 이유가 있긴 했지만 특정 소년을 탐한 중년의 부인이 등장했고,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몇몇 소설에서도 성도착증 환자를 본 기억이 있다. 그리고 솔직히 소설보단 현실 속에, 그것도 바로 우리 나라에서 조두순사건도 있었고, 강호순사건도 있어서인지 그다지 성도착자의 모습은 낯설지는 않다. 그리고 다른 소설 속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수없이 어릴 적 부모에 의해, 때론 자신의 컴플렉스에 의해, 그리고 여러 다른 이유로 부모가 아이를 학대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난 이 세 요소가 싫다. 소설 속에서 만났던 익숙한 소재이어서가 아니라, 인간의 추악함을 여지없이 보여주기에 싫다. 언제나 소설이 희망찬 이야기, 밝은 이야기만을 그려낼 이유도 없고, 그런 이야기보다 누군가의 죽음을 밝혀내거나 부조리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책들이 더 많지만 그래도 한 쪽으로 숨겨두고 싶은 그런 추악한 모습이었고, 하필이면 그것도 모든 것이 어린아이를 상대로 하는 그런 것이다 보니 싫었을 뿐이다. 게다가 동물을 죽이는 누군가의 범행까지 보태지다보니 읽는 내내 찝찝할 뿐이다. 

그런 충격적인 모습을 연타로 겪으면서도 친구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밝히겠다던 미치오의 노력에 의해 겨우겨울 읽어나갔는데.. 사건을 밝히려 노력하는, 친구를 생각하는 착하다고만 생각했던 미치오의 비밀에 대해서 서서히 밝혀지게 되면서부턴 정말이지 어느 누구도 믿을 사람이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 백엽상을 관찰하던 다이조도 그렇고.. 어디하나 제대로 된 사람없이 어디 한 군데가 무너진 사람들뿐이었다..바로 직전에 읽은 <너는 모른다> 역시 붕괴된 가족, 그리고 남보다도 못한 모습의 가족의 이야기에 절망을 느끼다가도 희망을 찾은 뒤 점차 행복을 만들어가는 가족의 모습에 "희망"이란 단어를 찾을 수 있던 반면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은 처음부터 끝까지 절망과 잔인함만을 느낄 뿐이었다.. 좀 더 어렸더라면 환생과 미스터리, 점차 반전되는 이야기에 정말 좋아했을 류의 이야기인데.. 나이가 점점 들어가서인지 정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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