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가깝지만,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묻어둔 가족..

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이 세상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은 친구도 아니고, 친척도 아니고, 선후배사이도 아닌 가족이다. 나를 나아주신 부모님과 한핏줄인 형제들, 혈연으로 이어지지않았더라도 인연의 끈에 의해 연결된 가족들은 그 누구도 자신에 대해 이해해주지 못할 때, 자신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 속의 가족들은 서로를 이해하기보단 서로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자신의 마음을 꼭꼭 여밀뿐이었다.   

학교를 다니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말만 하며 지내는 혜성과 아들이 학교에 다니는지 관심갖고 이야기를 나누기보단 뭉치돈을 건네는 아버지 강사장, 그리고 감정표현이란게 없이 바이올린 연주에만 신경을 쓰는 유지, 그리고 삐뚤어질때로 삐뚤어져 집엔 들어오지 않는채 남자에게 끝없이 매달리는 은성과 동네사람들과는 어울리지 못한 채 겉만 맴도는, 평생을 한국에서 살았으면서도 한국에 이질감을 느끼는 엄마 왕명옥은 한집에 사는 가족이며, 한 핏줄이고, 인연으로 맺어진 가족이면서도 서로에게 서로를 보여주지 않았다.   

최소한의 가족으로서의 역할만을 할 뿐, 서로에게 자신을 감추기며 자신만의 세계에서 사는 가족들.. 그런 가족들은 딸 유지의 실종으로 인해 서로에게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했다. 돈만 많이 가져다주면 되는 줄 알았던 아버지가 점점 자신의 일에 대해 혐오를 느끼고, 딸을 위해 일을 하며 울부짖었다. 유지와 단둘이 있을 때엔 살갑지는 않아도 드러나지 않게 챙겨주던 의붓오빠 혜성은 혼자 전단을 만들어 홀로 돌리며 아이를 찾기 위해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진심에서 우러난 마음으로 새엄마를 걱정해주기 시작했다.  

조금의 흔들림은 있지만 여전히 그대로인듯 보였던 언니도, 아이를 잃은 마음에 한없이 수척해지기만 했던 엄마도 자신의 가족에게 최악의 일이 벌어진 후, 엎친데 덮친격으로 아빠까지 문제가 생긴 후 진정한 가족처럼 하나로 똘똘 뭉치게 되었다..사랑하는 딸 유지를 찾기 위해, 아무것도 아닌 동생이라고 생각했던 조그만한 여자아이를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렇게 묵묵히 걸어나가는 가족들이었다..    

힘들고 어려운 역경을 헤쳐나가면서 더욱 끈끈해지는 것이 정이라지만, 서로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힘들 땐 의지하고, 기쁠 땐 서로가 더욱 기뻐해주는 그런 평범한 가족이었더라면 이렇게 유지가 사라지고, 아빠가 계속해서 위험한 일을 하진않았을텐데.. 서로가 서로에게 서로의 모습을 감추고, 어느 누구하나 나서서 이야기하기보단 그저 그 상황을 지속해갔기에 혜성의 가족은 그렇게 가족아닌 가족, 남보다 더 못한 가족의 모습으로 오래도록 지내왔고, 그렇게도 마음의 짐이 되고, 가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일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혜성의 가족을 보며 우리집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집은 혜성의 가족처럼 서로에게 문화가 다른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의붓이란 말을 단 형제도 없는, 겉으로 보기엔 그 어떤 집과 다를 바 없는 그런 평범한 가족이다. 내 생각엔 서로에게 의지를 하고, 서로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과연 우리집은 소통과 서로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집일까? 라는 걱정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어려워보이는 듯 한 사랑이기에, 우리집도 혜성의 집처럼 소통이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자신만의 마음을 가득담아 보여주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