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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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전장관님의 <청춘의 독서>를 통해 다시 읽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죄와 벌>은 어릴 적 명작동화로 읽었던 기억만이 있을 뿐, 어른이 되어서는 아직 한 번도 읽지 않은 책이었다. 로쟈가 돈때문에 전당포주인과 그녀의 여동생을 살해하고, 그 죄로 괴로워하는 이야기라는 것은 기억이 나지만, 그의 고민이나 소냐의 모습같은 것은 기억도 나지 않는 너무 어릴적에 읽은 책이기에 친구가 추천한 열린책들의 책으로, 처음 읽는 느낌으로 다시 읽기 시작했다. 

솔직히 읽으면서 많이 힘들었다. 얼마 전 백야를 읽다 포기한 경험(아직 완전한 포기는 아니다.. 다시 시도할거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다 읽고야 말거다..)이 있었기에, 내용을 아니 읽지 말까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내용이 너무 어렵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그나마 일본과 미국이나 영국같은 곳의 이름은 익숙해졌지만, 러시아의 이름은 익숙하지 않은데서 오는 어려움이었다. 로쟈만 해도 라스꼴리니꼬프라 했다가, 로지온 로마노비치라고 했다 로마니치, 로지까로 불리는 등 5개의 이름으로 불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부칭으로 불렸다 애칭으로 불렸다 하는 통에 읽는 틈틈이 등장인물페이지를 보며 누군지 확실히 해야만 했다. 

그래도 다시 읽는 <죄와 벌>은 금세 나를 사로잡아버렸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에 나오는 살인자들이 돈과 악연에 의해 꼼꼼히 계획을 하고 살인을 하고, 무작정 살인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어떤 죄책감이 있기보단 뻔뻔하게 행동을 하며 자신의 죄를 조금이라도 알아채는 사람을 또 한번 살인하는 것과는 달리 로쟈는 자신의 죄를 정당화하면서도, 실제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며칠을 아파했다. 우연히 들은 리자베따의 외출소식에 사전연습처럼 전당포노인을 방문하고,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로쟈는 전당포 노인을 살해했다. 만약 그가 예정처럼 전당포 노인만을 죽였더라면, 사외의 없어도 되는 존재인 "이"와 같은 존재를 죽인 것이라 자신을 합리화하며 그렇게까지 아프지 않았을 것같다.  

하지만, 예정과는 달리 빨리 돌아온 리자베따도 끔찍하게 살해했다는 것에 의해 로쟈는 그렇게 아픈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아프면서도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마차에 치여 죽기 직전인 소냐의 아버지를 도와주고, 장례식비용도 대신 치뤄주는 친절을 베푼다. 자신이 자신때문에 힘들어하며, 자신때문에 속물같은 루쥔과 결혼하는, 아니 팔려나가는 동생 두냐를 보며 돈때문에 의식적으로 살인을 벌인 것인데.. 자신의 어머니가 주신 금쪽같은 돈을 남에게 베푸는 따스한 마음도 지닌 로쟈..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이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소냐와 두냐의 눈물과 자신을 범인이라 확신하며 며칠을 여유를 준 뽀르삐리, 그리고 이성과는 달리 끝없이 자신을 벼랑끝으로 모는 죄책감에 의해 자수를 했을 뿐 징역살이를 하면서도 아직 회개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8년간의 징역살이를 마쳤을 때에는 분명히 회개를 하였을 것이다. 남들이 손가락질 하는 창녀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고, 로쟈가 자신이 살인했음을 고백했을 때에도 한발짝 물러서기 보단 한발짝 그에게 다가가 그를 위해 진심으로 울어주었던 소냐가 있었기 때문에.. 그는 아직 덜 자란 자신의 양심과 죄의식을 성장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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