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떠난 조선의 지식인들 - 100년 전 그들은 세계를 어떻게 인식했을까?
이승원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부제를 보지 못했다.. 단순히 <세계로 떠난 조선의 지식인들>이란 제목을 보며, 어릴적 읽어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재미있게 읽었던 <베니스의 개성상인>처럼 17세기의 조선, 그보다 더 이른 시기에서부터 구한말까지의 세계로 떠났던 조선의 지식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그래서 차례를 보자마자 실망을 했다.. 다른 책에서 이미 보았던 나혜석과 최영숙의 이름이 있는 것을 보고야 부제가 "100년 전 그들은 세계를 어떻게 인식했을까?"라는 것을 확인했고, 부제처럼 "100년전" 세계로 떠났고, 세계를 인식한 사람들의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다른 역사서를 봐서 그런지, 식민지 조선시대에 세계로 갔던 사람들의 모습은 그다지 낯설지가 않았다. 내가 아는 것만 해도 공적으로는 고종이 헤이그로 밀사를 파견한 적이 있고, 사적으론 스웨덴에서 공부를 한 최영숙도 있고, 민족대표 33인의 한명이었던 독립운동의 지도자였다 친일파로 변절한 최린과 파리에서 불륜을 저지른 나혜석도 있고, 미국으로 유학을 갔던 박인덕도 있었다.  

다만, 세계 속에서 조선의 지식인들이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에 대해 초점을 둔 책들이 아니라, 스웨덴에선 경제학사까지 받았지만 한국에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장사를 하고, 가난에 굶주리다 결국 젊은 숨진 최영숙이나 조금 편하게 살고자 다른 사람들이 뭐라해도 부자짓 아들을 이혼시키고서 결혼을 했지만 무능력한 남편을 자신이 먹여살려야했고, 결국 위자료까지 주고 이혼한 박인숙의 모습처럼 한 여성이 조선이란 굴레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 보여주었던 책이라 이 책 속에서 본 모습과는 다르긴 했다..  

증기기관의 발명 전엔 생각지도 못했던 곳 미국에 가게 되었고, 독일과 영국, 프랑스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동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조선인들은 세계 곳곳을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비행기를 타면 한 번에, 경유를 한다고 해봤자 24시간의 비행을 통해 다른 곳에 보다 쉽게 갈 수 있는것과는 달리 100년전 조선의 지식인들은 미국을 가기 위해 12일의 항해를 거쳐야했다. 지금처럼 영국을 가고 싶으면 바로 영국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를 횡단하여 유럽으로, 유럽을 거쳐 미국으로, 그리고 일본을 거쳐 조선으로 돌아로거나 일본을 거쳐 미국에 가고, 미국에서 유럽과 러시아를 거쳐 조선으로 돌아오는 세계일주의 형태로 세계곳곳을 거쳐, 기나긴 여정을 해야만 했지만 세계의 문물에 대한 배움에 대한 열정이나 세계에 대한 관심만은 지금 못지 않았던 것 같다. 

통신사로 오랫동안 교류를 해온 일본임에도 불구하고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인 일본에 놀라게 되고, 다른 여성의 손이라곤 잡아본 적 없던 박대양이 서양식 인사인 악수를 하는 일본여성에 기겁하였다. 멋도 모르고 다른 사람을 흉내내 설탕대신 소금을 커피에 타고, 팬케익에 겨자소스와 소금, 후추를 듬뿍 친 것이나 우생학이 탄생한 나라가 영국이라는 것을 모른 채 인종차별이 없는 곳 영국, 신사들의 나라 영국이란 생각을 하던 박승철처럼 세계의 흐름과 세계의 문물에 무지했던 모습도 보이고, 희망의 나라라 생각한 세계의 곳곳에서 절망을 맛보기도 했지만 조선은 조금씩 서양문물을 접했고, 조금씩 변해갔다. 

소설 속에서도 최초의 신혼여행을 떠나는 일본유학생과 영국유학생, 사경을 헤매는 조선인을 구해주는 영국인의 모습이나  미국에서 교육받아 조선을 개화시키는 한 여성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조선의 모습을 반영하였다. 나치즘에 빠지는 실수도 하고, 세계의 흐름에 뒤처진채 식민주의적사관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한 때도 있었고, 때론 다른 사람들의 모습에 우스꽝스러운 미개의 나라로 보였을지는 모르지만, 천천히 세계의 문물을 받아들여 조금씩 변해가던 조선의 모습이었다..  

가까웠지만 우리나라보다 앞서갔고, 결국 우리나라를 지배했던 일본과 역시 일본에 의해 지배당했고 조선인들이 희망을 찾아 떠났던 만주와 임시정부가 있었던 혁명의 아지트 상해를 비롯하여 희망의 나라 러시아와 신사의 나라 영국, 예술의 나라 프랑스, 나치의 독일과 거대한 나라 미국을 접했던 조선의 지식인들의 모습을 통해서 본 세계와 조선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낯익은 모습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조선전반에 걸쳐, 우리나라 역사의 전반에 걸쳐  세계로 갔던 지식인들의 모습을 실었으면 좋았을텐데.. 너무나도 짧은 100년 전의 모습만 다루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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