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폴 오스터 지음, 김경식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읽을 책이 수두룩하게 쌓인 오늘, 어떤 책을 읽을까하다 "크리스마스"인데 이왕이면 제목에 "크리스마스"가 들어간 폴오스터의 <오기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캐롤>의 스크루지처럼 크리스마스날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착한 사람이 되는 그런 교훈적인 이야기일까, 아니면 크리스마스날 겪은 가슴 따뜻한 사랑이 넘치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이전에 만났던 폴 오스터의 이야기들처럼 무언가를 쫓고, 이야기를 쓰는 조금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일지 책을 펴기전부터 너무나도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책의 이야기는 영화의 시나리오였다. 웨인 왕이라는 감독이 신문에 실린 폴 오스터의 단편을 보고 영화로 만들자고 제의하여 만들어진 두 편의 영화 "스모크"와 "블루 인 더 페이스"의 시나리오.. 너무나도 짧은 이야기인 표제작인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읽으며 어떻게 이렇게 짧은 이야기가 112분짜리 영화로 제작되었나 의문이 들정도였다.  

이렇게도 짧은 이야기에 무슨 매력을 느껴 영화로 제작하려고 마음먹었냐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매일매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12년이란 시간동안 사진을 찍어온 사람 오기와 그의 숨겨진 크리스마스이야기를 듣게 되는 사람 폴..<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폴 오스터만의 매력이 있었다. 자신의 가게앞에서 물건을 훔치는 아이를 잡으려다 그 아이의 할머니와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그 집에서 들고 온 카메라로 12년 동안 시간을 기록해온 오기의 이야기가 웨인 왕의 마음을 자극했던 것처럼, "스모크"의 원작인 짧은 단편과 그 이야기가 바탕이 되어 원래 단편에는 나오지 않던 라시드와 사이러스가 등장하는 영화의 시나리오가 된 이야기 모두 매력이 넘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스모크"에 이어 속편은 아니지만, 이어진 이야기인 <블루 인 더 페이스>는 "스모크"보다 조금 더 매력이 넘치는 이야기같았다. 4달러 95센트를 구걸하며 벨기에 와플을 먹거 싶다는 와플맨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래로 전보를 전달하는 배달부, 그리고 가방을 훔친 아이가 너무 어리다며 처벌을 반대하는 여자의 가방을 다시 좀도둑소년에게 건네는 오기와 담배를 끊기전 마지막 담배를 12년동안 담배를 샀던 오기의 가게에서 피는 밥의 이야기까지.. 앞서 읽은 이야기보다 조금 더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의 모습에 푹 빠져 읽게 되었다.

비망록에서 폴 오스터가 한 생각 하나하나와 연관된 제작기를 보며,  이야기 다음에 실린 영화 속 한장면들을 보며, 어쩐지 이 책은 영화와 함께 봐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런 대사도 없이 상황에 대한 설명만으로 배우들이 폴 오스터의 생각대로 연기를 했다는 <불루 인 더 페이스>도 그렇고, 아버지와의 갈등과 크리스마스날 낯선 할머니와의 하루를 지닌 오기의 모습을 그린 <스모크>도 그렇고, 텍스트가 아닌 화면을 통해, 폴오스터가 그리고 싶어한 모습을 만나는 것이 책을 읽는 것과는 다른 매력이 있을  영화로 한번, 그리고 영화와 책을 함께 한번 그렇게 몇 번을 폴 오스터의 매력에 빠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문제는.. 벌써 약 15년전의 영화다 보니 쉽게 비디오를 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것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