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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 ㅣ 본격추리 1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1권과 2권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만난, 에도가와 란포의 어두운 내면을 그린 3권은 그다지 매력이 없던 이야기들이었다. 전쟁과 병, 그리고 돈과 사랑, 욕망이 얽힌 사람의 추악한 모습을 통해 란포의 어두운 내면은 제대로 느끼게 되는 책이었지만, 너무 예전의 작품이라 요즘 나오는 작품들처럼 푹 빠지게 만들어주는 매력은 없었기에 조금 실망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1권과 2권은 읽지 말까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하지만 1권을 읽어봐도 실망하지 않을꺼라는 비연님의 말을 듣고, 본격적인 추리이야기가 담긴 1권을 읽게되었다.
그리고 정말, 에도가와 란포의 매력을 물씬 풍기는 멋진 책이었다. 게다가 <소년탐정 김전일>의 아케치경감처럼 깐깐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을 최대한 배려하는 인간미 넘치는 모습에 조금은 어리숙해보이는 듯하면서도, 날카로운 통찰력의 아케치 코고로탐정이 있었기에 더욱 좋았다. 슬쩍 찾아보니 역시나 에도가와 란포의 아케치 코고로에서 소년탐정 김전일의 아케치경감이 나왔다고 한다. 나는 지금에서야 아케치탐정을 알게되었지만, 일본에서는 어지간히 유명한 사람인가보다.. 그러고 보면 또한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명탐정 코난에서 란의 아빠 모리탐정도 이름이 모리 코고로인데.. 이건 관련이 있으려나?
아무튼, 한 번의 만남으로 홀딱 반해버린 아케치 탐정이 이번 책에서 해결한 사건은 총 22건의 사건 중에 <심리시험>, <D언덕의 살인사건>, <흑수단>, <유령>, <흉기> 아쉽게도 이렇게 5건밖에 없었다. 방안에 앉을 자리도 없이 천장까지 책으로 가득 쌓여있는, 뭔가 어수룩해보이면서도 딱히 직업은 없는 사람같으면서도, 알고보니 수수께끼를 기가막히게 풀어버리는 탐정.. 첫 번째 작품인 <심리시험>에서 범인을 제대로 잡아내는 모습부터 조금은 인상깊다 생각했지만, <D언덕의 살인사건>에서 살인범으로 오해를 받지만, 너무나도 차분히 대처해내는 모습과 <흑수단>에서 범인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모든 사람에게 득이 되는 윈윈전략을 사용하여 사건을 해결해내는 모습에 완전히 반할 수밖에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푸아로도 젊은이들의 사랑이 잘되기를 바랬던 것처럼 아케치탐정 역시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불안에 떠는 사람을 위해 사건의 진상을 밝혀준 <유령>도 그렇고, 잘은 기억은 안나지만 만화책에서 트릭을 본 듯한 <흉기>도 그렇고 너무나 마음에 드는 이야기들이었다. 훨씬 더 많은 작품으로 아케치를 만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이번 책에서는 다섯 편에서 밖에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쉬울 정도였다.
이런 아케치탐정을 만난 것도 좋았지만, 섬뜻한 남녀의 대화에도 불구하고 뭔가 매력이 있던 <낭떠러지>와 한 사람의 장난이 가져온 너무나도 허무한 결말의 <2전짜리 동전> 등등.. 확실히 란포의 내면을 그렸던 3권에 비해서 너무나도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물론 일본어에 미숙한 관계로 암호문을 제대로 풀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그 암호문마저 약간 다른 형태이긴 하지만 탐정만화에서 한번쯤 볼 수 있던 것이라 낯설지는 않았던... 친숙함과 더불어 재미가 가득했던, 정말로 매력만점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