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밤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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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밤>은 추리소설이라기보단 한없이 타락해나가는 인간의 심리를 그려내고 있는 이야기였기에, 범인을 꽁꽁 숨겨두었기보단, 어느 순간 저절로 드러나도록 되어있다. 그리고 사건자체도 새로운 것이 아닌, 어딘가에서 많이 들은 듯한 사건이었다. "한 남자가 우연히 부자인 여자를 만나고, 결혼을 하고, 그리고 어느 날 부인이 살해당했다.."라는 정말 아무런 특색이 없는 그런 사건이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다른 작품인 <나일 강의 죽음>도 그렇고, 다른 탐정만화나 추리소설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사건이기도 하고, 때론 아내가 아닌 부자 남편이 살해되는 형식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동기는 "재산"인 정말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건이니 말이다. 

그래서 누가 엘리를 죽였는지 밝혀졌을 때 놀라움은 없었다. 워낙 뻔한 이야기였기에, 어떤 트릭을 사용했는지가 관심사항일 뿐, 범인은 읽는 도중 자연스럽게 누구나 눈치 챌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다른 추리소설처럼 범인이 밝혀졌을 때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이야기는 범인을 알게되고, 한없이 타락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너무나도 바보같은 선택을 한 범인이 불쌍할 뿐이었다..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할 때 행복이라 느끼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옆에서 주의를 줬음에도 미처 알아듣지 못한 불쌍한 사람.. 행복하던 그 때, 정말로 자신이 행복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귀기울여 들었다면, 끝없는 절망속으로 빠지진 않았을텐데 말이다..  

그리고!! 왜 다들 그를 의심하는 눈초리로 쳐다보고, 그의 본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미처 그 사건을 막진못했는지.. 만약 미수에 그쳤더라면, 그리고 그가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멀리서 지켜보도록 만들어주었더라면 좀 더 행복한 결말이 되었을 수도 있을텐데.. 언제나 추리소설을 읽을 때마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사람들의 행동이 안타깝다고 생각했지만, <끝없는 밤>의 마이크처럼 안타까웠던 적은 없었다.. 정말 그의 주변사람들이, 그리고 그를 의심스럽게 바라봤던 사람들이, 마이크를 좀 더 보살폈더라면.. 그는 끝없는 밤, 끝없는 절망속으로 빠지진 않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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