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 (완전판) - 0시를 향하여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탐정소설이란 게 대개 시작부터 잘못되어 있어! 살인에서 시작을 한다고, 하지만 살인은 그 결말일세. 이야기는 살인 사건이 있기 훨씬 전부터 시작되네. 때로는 수년 전부터 시작되지, 어느 날 몇시, 어떤 장소에 어떤 사람들이 모이게끔 하는 원인들과 사건들에서 시작하는 거란 말일세. -12쪽  
   

 트레브스씨가 프롤로그에서 말했듯 대부분의 탐정소설은 살인사건과 함께 시작을 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오리엔탈 특급살인사건>만 해도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에 대한 약간의 설명이 있고나서 바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트레브스씨의 말처럼 살인사건이란 시작이 아닌 사건의 결말이고, 범인을 찾는 것은 그 이후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0시를 향하여>는 트레브스씨의 말처럼 사건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 살인 사건이라는 "0시"를 향하여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부분은 조금 지루할 수도 있다. 트레브스씨의 말처럼 사건의 원인부터 이야기하다보니, 아무런 연관도 없어 보이는 어떤 사람의 자살미수사건과 배틀총경의 딸인 실비아의 도둑오인사건과 테니스시합에 참가한 네빌과 그 경기를 관람하는 그의 부인인 케이의 이야기, 걸즈 포인트에 오기로 하는 오드리의 이야기 등이 시간을 달리하여 벌어지는 것을 차근차근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이라고는 "걸즈 포인트"에 있는 트레실리안부인의 집 혹은 그 부근으로 모이는 것외에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기에, 그리고 정말로 평범한 일상이야기였기에 사건부터 시작하여 긴박하게 범인을 찾으려 애쓰는 다른 추리소설과는 달리 지루하고, 집중이 안된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네빌과 케이가 트레실리안 부인의 집에 네빌의 전부인 오드리와 함께 머물며, 서로 긴장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이고, 거기다 네밀이 오드리와 함께 있는 모습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케이와 그 모습을 보며 언짢아하는 트레실리안 부인, 그리고 오드리를 바라보는 토머스와 케이의 오랜 친구 테드가 계속해서 관계를 해가며 긴장감이 서서히 고조되고, 그것이 트레실리안부인의 살해당함으로써 긴장감이 폭발하였다.. 정말 오랜시간 살인용의를 가지고 있었고, 그 용의를 현실화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대로 모든 것을 실행한 범인.. 정말이지 <0시를 향하여>라는 제목답게 사건이 아닌, 서서히 긴장감을 높여간다는 점에서 이 책은 최고가 아닐 수 없었다(물론 초반의 지루함은 어쩔수 없었지만..). 

그리고 탐정이라곤 나오진 않지만, 애거서 크리스티의 단골 경찰인 배틀총경이 등장하는 첫번째 이야기였다. 탐정이 아닌 언제나 탐정에게 당하는 경찰이기 때문이라는 편견때문에, 그리고 원래 에르퀼 푸아로나 마플양처럼 반전있는 추리를 하는게 아닌 그저 수사를 하는 것이기때문에 배틀총경의 사건해결은 그냥 뜨뜨미지근한편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사건에 대해 수사해나가며 그 자리에 없는 "에르퀼 푸아로"를 생각하고, "에르퀼 푸아로"를 생각하다 단서를 잡아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고가려한 어릴적부터 비뚤어진 마음씨의 범인을 잡아냈기때문인지, 이 책은 푸아로가 등장하진 않지만 푸아로를 만난듯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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