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실로의 여행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폴 오스터의 책을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읽게 되었다. <어둠 속의 남자>와 <달의 궁전>, <환상의 책> 등등 내가 읽은 몇 편의 폴 오스터의 이야기는 언제나 작가나 작가 비슷하게 자신의 글을 쓰는 사람들이 등장했고, 책 속의 책처럼 그들의 책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이번 이야기에서도 빠지지 않고 작가와 책이 등장했다. 다만 조금 다른 것은 이 사람은 자신의 과거에 후회를 느끼거나, 고통에 빠진 사람이 아닌, 그저 24시간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는 그런 방안에 갇혀있고, 그저 그 방안에 놓인 원고를 읽을 뿐이었다. 

시간에 맞추어 밥을 가지고 오는 안나와 얼굴도 기억하지 못함에도 자신의 의사다, 변호사다, 그리고 전직 경찰이라며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 도무지 왜 어떤 사람이 그를 그 방에 가두어두었는지, 도대체 왜 그에게 밥을 먹기전 약을 먹이는지 알수가 없었다. 아니, 바로 어제 그가 한 일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자신을 찾아왔다는 사람의 얼굴마저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는 자신이 감금돼었는지 방문을 열어보고도 싶고, 자신을 찾아오려는 사람의 얼굴도 확인을 해야하지만 아주 잠시 다른 일을 하며 자신이 하고자 했던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도무지 그가 누구에게 원한을 샀는지 궁금하던 찰라 등장하는 "피터 스틸먼부자".. 아무래도 <뉴욕 3부작>에서 소설가 퀸이 감시를 했고, 의뢰를 받아들였던 그 부자의 이름과 같은 것같았는데..확신이 없었다.. 그리고 등장하는 "대니얼 퀸".. 이건 우연이 아니다 싶었는데, 옮긴이의 말에서 어떤 사람이 어떤 책에 나왔는지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방에 미스터 블랭크를 가두어놓은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가 누구인지까지.. 

그러다 보니 이 책을 읽은게 갑자기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몇 권의 폴 오스터의 책을 같이 샀고, 그 중에 가장 얇은 이 책을 먼저 읽는게 편할 것같아 아무 생각없이 읽었는데.. 이 책은 폴 오스터의 수많은 다른 작품을 읽고, 그 작품 속의 주인공들의 모습을 만난 뒤 읽었어야 더욱 좋았을 것 같은 책이었다. 물론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읽었어도 작가와 그 자신이 만들어낸 창조물과의 만남이란 소재와 반전 아닌 반전에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재미있는 책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제대로 된 재미를 느끼기 위해선 그의 작품을 모조리 읽어버린 후 다시 이 책의 미스터 블랭크씨를 만나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