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악의적인 손가락!!

움직이는 손가락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권도희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예전엔 못느꼇지만, 이번 이야기는 배경이 한적한 시골마을이고, 용의자들이 서로 친분이 깊은 마을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미스 마플양이 활약하는 것이 어울리는 전형적인 이야기였다. 명석한 두뇌로 단서를 바탕으로 추리를 하는 에르퀼 푸아로와는 달리, 마플양은 자신이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의 성격을 토대로 새로 만난 사람들이 이전에 자신이 만난 사람 중 어떤 사람과 같은 유형인지를 살피고, 그것에 근거하여 단서를 찾아 사건을 해결하다보니, 복잡한 대도시에서 복잡한 동기로 벌어진 살인사건보다는 조용한 시골동네의 마을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진 조금은 뻔한 동기로 벌어진 사건에 적합한 탐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 경찰들도 단서가 부족하여 헤매고, 엉뚱한 사람을 체포하는 실수를 할 때에 마플양은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였다. 마플양이 해결한 이번 이야기는 제리와 조애너가 조용한 마을로만 생각하고 요양차 내려온 시골마을에서 대상을 가리지 않고 보내어지는, 전혀 뜬금없는 악의적인 이야기가 담긴 편지로 인해 사이밍턴 부인의 자살과 하녀 아그네스의 살인으로 이루어진 사건이었다. 알고보면 너무나도 뻔한 동기의 사건이었음에도, 애거서 크리스티가 쳐논 여러 겹의 방해물에 의해 처음에는 마플양이 보는 뻔한 진실이 보이지 않기에 조금은 난해한 느낌이 드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마플양의 말처럼 불필요한 진실을 가리웠을 때  너무나도 뚜렷하게 진실이 나타나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이야기였다.  

그리고 솔직히 이번 이야기는 사건자체 보단 메건과 제리 버턴의 로맨스가 더 인상깊었다. 많은 사람들이 게으르다고 욕하고,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으며 신경조차 쓰지 않는 이쁘다고는 볼 수 없는 메건을 보며, 그녀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그녀의 가족과 주변사람들에게 투덜대고, 그녀를 변신시키기 위해 런던에 데리고 가 옷을 사주고, 그녀를 항상 보살펴 주는 제리의 모습을 보며 당연히 좋은 결말을 맞이 할 것이라고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설마 추리소설에서 그렇게 될까 싶었는데 그런 예상을 뒤엎고 너무나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메건과 제리.. 사건자체도 애거서 크리스티의 다른 이야기들에 비해 조금은 약한 편이고, 그래서인지 어쩐지 추리소설이라기 보단 로맨스소설에 잠시 등장하는 우여곡절을 본 듯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