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 (완전판) - 오리엔트 특급 살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영희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달걀머리에 기름을 바른 콧수염, 특이한 억양의 벨기에 탐정 에르퀼 푸아로!! 지금은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에서 수도 없이 만나 때론 지겹기도 하고, 때론 그의 뻔뻔함에 어이가 없기도 하지만 예전에 이 책을 통해 처음 그를 만났을 때에는 그 당당함과 두뇌의 명석함에 반해버리고야 말았다. 자신의 이름을 말했을 때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처음 듣는 것처럼 말했을 때 실망하며, 자신이 가진 단서를 절대 보여주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이 잘못된 추리를 할 때마다 면박을 주는 귀여운 푸아로 탐정.. 그 푸아로가 활약하여 해결한 사건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명석한 해결을 한 것이 바로 이 <오리엔탈 특급 살인>이 아닌가 싶다. 

유럽대륙을 횡단하는 오리엔탈 특급열차.. 폭설로 기차가 멈춰서지만 않았더라면 범인이 기차를 내려 다른 곳으로 도망을 갔을 것이라고 볼 수 있었겠지만, 폭설로 인해 기차는 밀실이 되어버렸고, 그 곳에서 미국인 라쳇이 살해되었다. 라쳇씨의 또 다른 이름은 카세티.. 라쳇씨는 미국에서 어린 여자아이 데이지를 납치해 살해했다. 그 충격으로 엄마는 유산을 하고 그로 인해 목숨을 잃고, 아빠는 슬픔으로 인해 자살을 했으며, 그 집에서 일하던 하녀는 경찰 수사에서 오해를 받자 창에서 뛰어내려 죽었다. 이렇게 온 가족을 불행의 구렁텅이에 빠트린 그였기에 자신도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았는지를 알았나보다. 총을 가지고 다니고, 우연히 만난 푸아로에게 사건을 의뢰하기도 하니.. 

 근데 푸아로는 그 의뢰를 당당히 거절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을 보다보니 푸아로가 사건의뢰를 거절하는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었다. 때론 휴가를 왔기때문에, 때론 은퇴를 이유로 거절하다가도 결국 많은 도움을 주지만, 이번엔 정말 특별한 이유로 의뢰를 거부했다. "당신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라쳇씨."라는 이유로.. 자신도 돈이 많기 때문에 돈에 끌려 의뢰를 받아들이지 않다보니 너무나도 당당하게, 그것도 본인 앞에서 어처구니 없는 이유를 말하는 푸아로..정말이지 이런 그의 뻔뻔함에 반해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뻔뻔함과 더불어 대단한 추리능력을 갖추었으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거짓을 이야기하고, 단서라고는 범인이 남겨놓은 이상하다 생각되는 물건만 남아있는 상태에서, 그들이 어떤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그들이 어떤 관계인지, 어떤 방법으로 살해했는지까지 푸아로는 모든 것을 밝혀냈다. 그리고 마음 속에 가진 따스함으로 범인을 무조건 밝히기 보단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부드러운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하기 까지 하는 당당함과 뻔뻔함, 날카로운 추리력과 따스한 마음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명탐정이었다.  

덧) 스포일러가 될지 모르겠지만 라쳇씨가 살해당한 방법은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씨가 최민식을 죽일 때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어쩌면 원한을 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일 수도 있고, 법의 입장에서 보면 용납할 수 없는 방법.. 이 책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 느꼈는데..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가 만들어낸 주옥같은 트릭들은 많은 책과 만화책, 영화에서 다시 한번 응용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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