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의 인생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나라 요시토모 그림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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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작가 중에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무라카미 하루키와  요시모토 바나나 사이에서 항상 고민을 한다. 한 때 온다리쿠와 에쿠니 가오리, 히가시노 게이고도 좋아했지만, 어느새 질려버렸는지 새로 나오는 이야기들이 궁금해서 읽긴하지만 설레임이 사라져버렸다면 무라카미 하루키와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에는 언제나 설레이게 된다. 둘 다 많은 책을 썼지만, 신간이 그다지 자주 나오는 편은 아닌데.. 올해엔 어쩐 일인지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이 3권이나 출간되었다(민음사 모던 클래식 5번으로 키친이 출간된 것을 따지면 4권이지만.. 키친은 아주 예전에 나온 책이니 신간이라 볼수는 없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던 <해피해피 스마일>과 <불륜과 남미>가 떠오르던 <무지개>..  언제나처럼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이기에 아무것도 따지지않고 읽기 시작한 이번 <데이지의 인생>은 <키친>이 살포시 떠오르는 이야기였다.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엄마마저 어릴 적에 돌아가신 데이지와 친구처럼 데이지를 챙겨주고, 속 좋은 다카하루의 모습에서 <키친>의 미카케와 유이치의 모습이 보이고, 죽음과 그로 인한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나가는 모습에서도 단 하나뿐인 가족 할머니를, 그리고 아빠이자 엄마를 잃은 상처를 서로 보듬어주던 모습이 떠오르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주된 이야기인 "상처와 치유, 그리고 상실과 성장"의 또 다른 버전이었다(여전히 요시모토 바나나를 좋아하지만, 언제나 상처와 치유를 이야기하기때문에, 더욱이 이번 이야기는 키친이 너무나도 생각나기 때문인지 전혀 새롭지 않았다. 그리고 이전의 설레임도 많이 사라져버렸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단 하나뿐인 가족을 잃고 낯선 사람에게 의지하던 것과는 달리 엄마의 동생인 이모와 이모부가 있고, 부모를 잃은 뒤 친부모처럼 키워주었지만 스스로 그 울타리에 들어가 두리뭉실하게 해결되는 것이 싫어 스스로 자립을 한 아가씨였다는 점이다. 누구보다도 의지하는 가족이고 사랑하지만, 언젠가 자신이 짐이 될 것을 걱정하고,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스물 다섯의 데이지.. 여덟살 부모를 잃고, 스물 다섯 이렇게 똑소리나는 아가씨가 되기까지 어릴 적 외로울 때 피리를 불면 언제나 달려나와주던 친구인 달리아의 도움이 컸다. 그리고 꿈으로 느꼈던 것이 현실로 되어, 오래전 헤어진 달리아를 결국 잃었지만 그 슬픔도 담담하게 이겨내는 데이지..  

이렇게 친구의 죽음조차 담담히 받아들이던 데이지의 모습이나 죽음은 아주 흔하지 않은 일이 아닌, 흔한 일이며 남들보다 조금 이른 죽음이라 생각하며 추억을 소중히 하라던 다카하루의 이야기를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는 요시토모 나라의 그림까지..요시모토 바나나의 글과 어우러진 세번째 요시토모 나라의 그림이라 새로움은 없지만, 언제나처럼 익숙하면서도 정감이 가는 그림에 더욱 반하게 되는 것 같다.. 

   
 

 나라는 상자에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전부가 꼭꼭 들어차 있다.

누구에게 보이지 않고 누구에게 말하지 않아도, 그리고 내가 죽어도 그 상자가 있었다는 사실만은 남으리라. 우주에 둥실 떠 있는 그 상자의 뚜껑에는 ‘데이지의 인생’이라 쓰여 있으리라.   -118쪽

 
   

덧) 근데..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살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책값이 정말 비싸다.. 이번 이야기도 한 권의 책으로 내기보단 <키친>때처럼 3편의 이야기를 함께 실어야 보통 책 한권의 두께가 될 것 같은데.. 요즘 왠만한 책들이 만원을 훌쩍 넘는 탓에 만원이라는 책값이 비싼 것은 아니지만, 126페이지밖에 안되는 이야기를 한 권인것은 조금.. 이전 <왕국>때도 그다지 두껍지 않은 이야기를 3권으로 분권해서 출간한 것도 그렇고, <해피해피 스마일>이 손바닥만한 크기임에도 꽤 두꺼운 양장본 책만큼 비쌌던 것도 그렇고.. 민음사에서 출간되는 다른 책에 비해 유난히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이 비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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