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설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50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송태욱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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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리스 여행 중에 놓고 온 책이기도 하고, 며칠전 읽은 <유정천 가족>에서도 얼핏 언급되는 것이 바로 <세설>이었다. 제목이 풍기는 느낌으론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과 비슷한 내용은 아닐까 싶었지만(분명 <설국>은 읽었는데..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전혀 다른, 한 때는 잘살았지만 지금은 몰락한 가문의 네 자매의 이야기였다. 제인 오스틴의 <이성과 감성>과 비슷하다는 분도 있지만 그 책을 읽지 않았으니 비교는 불가능하고, 나한텐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작은 아씨들>이 떠오르는 이야기였다. 

<작은 아씨들>의 메기처럼 동생들을 보살피는 큰 언니 쓰루코와 조처럼 활달하고 적극적인 아가씨의 모습은 아니지만 큰 언니 쓰루코와 동생들사이를 부드럽게 해주고, 쓰루코 못지 않게 동생들 걱정을 하는 사치코, 내성적이고 마음씨가 이뻤던 베스처럼 소극적이고 직접 전화도 받지 않는 유키코와 막내로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라 조금은 버릇없고 제멋대로였던 말괄량이 에이미처럼 마키오카가문의 말괄냥이이며 온갖 문제의 중심인 다에코.. 네 자매의 이야기여서도 그렇지만, 성격도 조금 비슷해서인지 읽는 내내 <작은 아씨들>과 <세설>을 비교하게되었다.  

모두 아가씨였던 <작은 아씨들>과는 달리 큰 언니 쓰루코와 둘째 사치코는 이미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었고, <작은 아씨들>이 한 집에 살며 부모님이 모두 살아계신 반면 <세설>은 이미 오래전에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양자로 들어온 큰 형부 다쓰오가 마키오카 가문의 실질적인 어른이었다. 그리고<작은 아씨들>의 네 자매가 하나로 똘똘 뭉쳐져있던 것처럼 보였던 것과는 달리 <세설>의 네 자매중 큰 언니 쓰루코만이 약간 겉도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혼자 멀리 도쿄에서 살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큰 형부를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유키코와 다에코때문에 조금 따돌려지는 듯했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는 언제나 착하고, 남을 생각하던 베스와는 달리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것처럼 보이는 유키코가 언제나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드러내지는 않지만, 결국엔 자신의 뜻대로 행동한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서른살이 넘으면 결혼이 늦어진다고 뭐라하는데, 70여년전의 일본에서 벌써 서른이 훌쩍 넘은 유키코가 언니와 형부의 뜻대로 결혼을 한다고 하면서도, 계속해서 혼사직전까지 가서 반대의 뜻을 보이고, 자신때문에 고생한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도, 미안함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유키코의 모습은 조금은 의뭉스런 성격이라고도 느껴지기도 하고, 때론 너무나 답답해만 보였디.. 하지만 <옮긴이의 말>에서 보면 이런 유키코의 성격이 전형적인 오사카 아가씨들의 성격이라는데.. 그러고보면 유키코도 그렇고 오사카 아가씨들도 그렇고 겉보기엔 내성적이고 소극적인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자신의 생각에 충실하는 당찬 아가씨들 같다..결국엔 자신의 생각대로, 자신의 마음에 드는 그런 사람과 결혼까지 하게 되니말이다. 

오히려 똑부러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안좋게 보는 직업여성이 되려고도 했던 당찬 다에코가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은 하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결국엔 그다지 좋지 못한 결말을 맞이한 것을 보면.. 오히려 유키코같은 성격이 좋아보이기까지 했다.  

몰락했다고는 하지만 화창한 봄날 벚꽃놀이를 즐기고, 가을날 반디불을 즐기며, 때때로 가부키와 여행을 즐기고, 영화도 즐겨보며, 프랑스어와 습자도 배우는 다양한 교양쌓는 마키오카 가문의 네 자매.. <설국>의 아름다움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던 반면, <세설>은 네 자매의 결혼이야기와 그 당시 오사카의 모습에 푹 빠져 잠시도 쉬지않고 읽게되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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