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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며칠전 <공무도하>를 읽으면서 아무런 재미도 못느꼈었다. 자신과 관계된 일이 모두 해망으로 이어지는 문정수의 이야기나, 자신의 고향 창야에서 쫓겨나 결국 장기까지 팔게되는 장철수, 저 먼 동남아시아에서 시집와 가출을 한 후에와 개로 인해 자신의 아들을 잃어버린 오금자나 딸을 잃어버린 방천석, 소방대원이었다 화재현장에서 훔쳐낸 보석으로 해망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박옥출의 이야기 모두 공감도 되지않고, 너무 쓸쓸한 나머지 읽는 속도 역시 더뎠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 읽은 것이 파란여우님의 <깐깐한 독서습관>이었다. 김훈작가님의 문장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것을 보며, 오기가 생겼다. 예전에 <남한산성>을 읽을 때에도 그렇고, 이번 <공무도하>를 읽을 때에도 그렇고 나는 도무지 김훈작가님의 글의 매력을 못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40여쪽만 남기고 있었지만,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확실히 김훈작가님의 문장은 짧다. 그리고 그 짧은 문장속은 파란여우님의 "낱말을 세워 벼리는 문장"이라는 말처럼 날카로왔다.
하지만 문장의 매력을 느꼈다고 해서 이 책이 좋아지지는 않았다. 이혼으로 인해 아이가 혼자남고, 부모의 무관심속에 아이가 죽은 것이나 개발이라 이름에 메여 고향을 떠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두부 한 모값도 안되는 농경지를 일구며 계속해서 살 수 없는 모습이나 시골로 시집을 오는 한국처녀들이 없어 저 멀리 동남아시아에서 신부를 수입해오는 모습 모두 하나같이 우리의 현실속에 있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는 내내 너무나도 슬픈 우리의 모습에, 너무나도 쓸쓸한 이야기에 한숨을 내쉴지언정 이 책이 좋아지지는 않았다.
아마도 "'공무도하'는 옛 고조선 나루터에서 벌어진 익사사건이다. 봉두난발의 백수광부는 걸어서 강을 건너려다 물에 빠져 죽었고 나루터 사공의 아내 여옥이 그 미치광이의 죽음을 울면서 노래했다."라는 책 뒷편의 소개글을 보며, 나 혼자 고조선시대 물에 빠져 죽은 남편을 그리는 아내의 이야기일거라고 기대했기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바보같이 "공무도하가"라는 노래에 대한 설명이었음에도 그것도 모른채 그런 내용을 기대한 나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너무나도 쓸쓸한 인생이야기에 도무지 정이 가지 않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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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이것이 인간의 당면문제다. – 161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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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이 인간이기에 비루하고, 치사하고, 던적스러운 그런 인간의 모습에 거부감이 드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읽는 내내 공허함만을 느끼게 되던 <공무도하>는 그다지 기억에 남지 않을 것같다...